서울의 개 外 (2)



 “국산은 안 파냐.”
 “어 재량껏 구해라. 지금 있는 건 말보로 12미리. 중국에서 땡긴 거.”


 담담한 낯이다. 재민은 와이셔츠 안감을 툭 쳤다. 바짝 깎은 손톱 끝이 담뱃갑과 부딪혀 묵직한 소릴 냈다. 뒷문을 출입하던 급우들이 시선을 피했다. 혹여 목격자가 될까 싶어 필사적으로 방관하는 거였다.

 제노는 분위기에 편승한 척 책상에 엎드려 재민을 훔쳐봤다. 아무것도 무섭지가 않단 눈빛. 정말로 아무것도 거리끼지 않는단 눈빛. 니들 다 좆밥이라는 눈빛. 하여간 나재민은 심드렁한 표정엔 선수였다. 사실은 누구보다 위험한 앤데. 그걸 스스로가 제일 잘 아는 앤데. 제노는 피실거렸다. 당연히 조소는 아니었고. 귀여워서 그랬다.

 12미리? 씨발 한 입 빨고 예수님이랑 미팅하는 거 아냐. 아 모르겠다 그냥 줘.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학우가 거래를 승낙했다. 재민은 금세 돈을 받고 담뱃갑을 건넸다. 걸렸을 때 내 이름 대면 안 돼. 나 상처받는 거 알지. 형식적인 당부가 이어졌다. 늘 다정한 어투다. 뿔테 학우는 사지가 찢어져도 나재민 석 자를 발설하지 않겠다며 사발을 털었다. 쿨거래가 종료됐다. 재민은 무슨 일이 있었냔 기색을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페브리즈 향이 진했다.


 “이제노. 자?”


 재민이 넌지시 물었다. 제노는 장난스레 눈을 감았다.
 아 왜 또 혼자 상황극을 하지. 존나 섭하게. 재민이 웃었다.

 여름방학이 끝났고 둘은 짝이 됐다. 제비뽑기가 가른 결과였다.
 제노는 솔직히 좋아서 귀가 빨개졌지만 점잖은 체 입술을 씹느라 혼났다. 온 입술이 퉁퉁 불어 한동안 립밤을 발라야 했는데 재민은 과일 맛이 난다며 자꾸 키스를 독촉했다.


 ◆


 방학 내내 둘은. 약에라도 취한 듯이 해댔다. 그러니까 섹스가 아닌 모든 일들을. 섹스와 비슷하지만 섹스는 아닌 일들을. 재민은 삽입이 무섭다는 제노를 굳이 꺾으려 들지 않았다. 소문 속에선 여전한 또라이였고 이제노 앞에선 좀 천사였다. 제노가 하잔 대로 했다. 재민아 나 무서워 힘들어. 돌려 말해도 기민하게 알아들었다. 괜히 투정하는 날엔 손을 잡아 오래 끌어안았고 열이 올라 훌쩍거리는 날엔 뽀뽀세례로 달랬다. 아. 제노는 새삼 결론지었다. 잘생기고 착하고 나쁘고 야살스럽고 속을 모를 나재민. 평생도 동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노는 대다수가 빼먹는 여름 보충수업엘 꼬박꼬박 출석했다. 재민은 제노를 따라 개근했다. 제노가 모의고사 적중 문제집을 뒤적이는 동안 잠을 자거나 쿠키런을 했다. 가끔은 책을 읽었지만 전부 수업과는 관련 없는 고전소설들이었다. 재민은 읽는 둥 마는 둥 책장을 넘기며 쿠키런 하트가 채워지길 기다렸다. 그뿐이었다.

 너 뭐 하는 놈이야. 무슨 생각이야. 어느 날엔 학생주임이 따지듯 물었다. 발랑 까진 양아치 새끼가 학교를 집처럼 드나드니 언짢은 모양이었다. 재민은 무념한 눈깔을 치켜뜬 채 대답했다. 저는 나재민이고요. 아무 생각 없어요. 시건방이 하늘을 찔렀다.
 제노는 이제 인정했다. 그 시건방이 좋았다.

 날이 더웠으며 제노의 부모님은 자주 집을 비웠다. 둘은 지루한 보충수업을 견딘 후 제노의 집으로 가 교복을 벗었다. 서로 성기를 빨고 다리 사이를 매만지고 입술을 쓸었다. 그러다 제노는 담배를 피워 봤다. 느낌이 궁금하댔더니 재민이 선뜻 불을 붙여 줬다. 훅 들이키자 입안이 온통 따끔해졌다. 오한이 들어 콧등이 싸했다. 재민아 나 혀가 간지러워. 제노가 혀를 내밀었다. 작정하고 꼬시네. 재민이 키스했다. 사방이 탁 트인 아파트 옥상에서 풍기문란을 조성하다니 제노는 제가 약간 미쳤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재민의 친구들도 봤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공부를 마치고 독서실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독서실 건물 맞은편의 24시 셀프 세탁소가 시끌벅적했다. 독보적인 요란이라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시커먼 후드집업을 둘러쓴 채 담배를 피우는 무리가 있었다. 두수는 다섯이었고 하나같이 키가 컸다. 제노는 무리를 흘긋댔다. 심심하다 나재민 부르자. 존나 자는 척 할걸? 새끼 요즘 딴 데 정신 팔렸어. 장부도 개 구라로 쓰잖아 돈은 지가 다 빼돌려. 나나 이 씨발놈. 잘생겼으니 이해한다. 무리는 쉼없이 나재민 나재민을 연발했다. 재민을 더러 개새끼랬다. 개새끼 중에서 가장 개새끼랬다. 제노는 가방끈을 고쳐 잡고 귀가하며 재민에게 전활 걸었다. 신호가 열 번 울린 후 재민이 받았다. 어 제노야. 나 자다 일어났네. 무슨 일 있냐.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억양이었다. 충동이 속을 태웠다. 제노는 홧김에 말했다 재민아 지금 나 보러 와.

 재민은 십 분 만에 나타났다. 자다 일어난 사람치곤 너무 단정한 얼굴이었다.


 ‘왜 똥개 훈련 시켜. 야밤에 막 오라가라 하네.’
 ‘미안해. 사실 진짜 올 줄은 몰랐어.’
 ‘이건 또 뭔 밀당이지 알고 있었으면서.’
 ‘…….’
 ‘키스하고 싶어?’
 ‘…….’
 ‘잘못 짚었나.’
 ‘아니 하고 싶어.’


 재민이 눈썹을 까딱였다. 둘은 제노의 공동현관 앞에서 몸을 바싹 붙여 키스했다. 재민의 혀는 마시멜로 같았다. 도무지 아껴 먹고 싶지가 않았다는 뜻이다. 재민은 끈끈하게 얽혀 제노의 이성을 갉았다. 다리가 풀렸다. 제노는 재민의 어깨를 쥔 채 휘청였다. 못 참겠어. 어리광을 피우니까 재민이 입술을 감쳐 물었다. 오늘 부모님 계시잖아 너 이러면 안 돼. 어른스러운 낯이었다. 제노는 재차 매달렸다. 옥상 가자, 재민아 옥상. 결국 둘은 사방이 탁 트인 아파트 옥상에서 두 번째 풍기문란을 조성했다.

 뭐 그런 식으로 여름방학을 보냈다.


 ◆


 재민은 개학식 전날에도 제노의 집을 찾아왔다. 함께 씻고 영활 보고 키스를 하고 잠들었다.

 나란히 등교하는데 반장이 말을 걸었다. 너희 샴푸를 깔맞춤 했냐 왜 냄새가 똑같지. 재민은 조용히 받았다. 어 내가 제노 빵셔틀이라서 얘한테 싹 맞춰.


 ◆


 “아 옷 갈아입기 귀찮다.”


 재민이 중얼거렸다.

 체육을 앞둔 쉬는 시간이라 교실은 통째로 분주했다. 너절한 옷가지들이 에어컨 바람 아래 펄럭대며 오갔다. 오늘 체육 뭐래. 축구 시키지 않겠냐. 아 발야구 그립다. 좆까 앞구르기 수행 한대. 까불대는 목소리들이 옷가지와 더불어 날렸다. 개학 이래 첫 체육 수업이었다. 공기가 들떴다. 시시하단 인상은 나재민 혼자였다.

 재민은 턱을 괸 채 제노의 환복을 지켜봤다. 시선이 워낙 끈끈해서 민망할 지경이었다. 의식하지 않아야 한다. 제노는 하복 와이셔츠를 벗고 체육복 져지를 천천히 걸쳐 입었다. 이어 바지 단추를 풀자 재민이 웃었다. 뭘 상상하는지 뻔했다. 왜 웃어. 제노가 흘겼다.
 꾸물대는 사이 교실의 인원은 점점 줄어들었다. 빨리 나가자 삼 분 전이다. 반장이 독촉했다. 제노는 얼른 교복 바지를 끌어내렸다. 체육복 바지에 한 쪽씩 다리를 끼우는데 묵묵하던 재민이 대뜸 말했다. 니들끼리 가라. 체육한텐 나랑 이제노 보건실이라고 해. 시큰둥한 어조였다.


 “확인증 없으면 내가 혼나.”


 반장이 한숨을 쉬었다. 재민은 예상했단 듯 제 가방 앞주머니를 뒤적였다. 종이다발이 걸려 나왔다. 보건실 도장이 찍힌 위조 확인증들이었다. 코팅까지 끝나 있었다. 재민은 그걸 반장에게로 휙 던졌다.


 “두 장 빼놔. 나머지는 맘대로 써.”
 “또라이 재민아 토 나와 너.”
 “칭찬 고맙고 땡볕에서 앞구르기 열심히 하세요.”


 숫제 무관심한 얼굴이었다. 재민이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교실 문이 닫혔다. 쉬는 시간마다 반복되는 일련의 소란 이후 종이 울렸다. 캐논 변주곡. 종소리를 따라 흥얼거리며 재민은 제노의 팔을 끌었다. 제노는 거부 없이 재민의 무릎엘 걸터앉았다. 져지 아랫단이 구겨졌다. 마주댄 얼굴들이 반들반들했다.


 “나까지 끌어들이고. 못됐다.”
 “안 들켜. 출결 걱정돼?”
 “아니. 근데 재민아.”
 “어.”
 “있잖아.”
 “응.”
 “…….”
 “…….”
 “…….”
 “얘가 왜 이래. 눈빛이 왜 존나 야시시하지.”
 “키스해도 돼?”


 말하고서 제노는 눈을 피했다. 재민은 지체 없이 턱을 들어 입술을 물었다. 혀들이 만났다. 교실에서 키스하는 건 처음이다. 이쯤이면 불량도 아니고 배덕이었다. 허리가 흠칫 떨렸다. 재민이 제노의 체육복 져지를 벗겼다. 얇은 티셔츠 한 장만이 남았다. 무더워진 숨을 한참 섞다가 재민은 능숙하게 자세를 바꿨다. 제노야. 다리 모으고 책상 잡아. 엎드려. 제노는 순순히 응했다. 재민은 제노의 바지와 속옷을 단번에 내렸다.
 옆 학급의 수업이 들렸다. 칠판을 치는 소리. 학습부장이 읽어보자 지목하는 소리. 지난 모의고사의 지문을 읽는 말소리. 양귀비 짐짓 꾸짖어 왈 너 같은 어린 애가 무엇을 아노라……. 너 같은 어린 애가 무엇을 아노라. 재민이 제노의 성기를 쥐었다. 동시에 제 것을 제노의 허벅지 사이로 비볐다.


 “아, 아 재민아…….”


 생경한 감각이 열을 올렸다. 넣는 거 아니지, 넣는 거 무서워 싫어, 제노가 안달했다. 안 넣어 절대 안 넣어. 재민이 약속했다. 어쩐지 즐거운 기색이었다. 착하고 나쁜 나재민. 제노는 곱씹었다. 잘생기고 착하고 나쁘고 야살스럽고 속을 모를 나재민. 다정한 독사였는데 도통 도망칠 마음이 생기질 않는단 게 문제였다. 재민이 손을 움직여 제노의 성기를 흔들었다. 이미 이제노를 전부 파악한 손길이라 필연적인 쾌감이 번졌다. 제노는 나무 책상을 긁으며 낑낑댔다. 재민이 완전히 몸을 겹쳐왔다. 맞닿는 살갗이 너무 많았다. 눈앞이 핑 돌았다.


 “재민아, 너 진짜. 진짜…….”
 “좋지.”
 “응 진짜 좋아…….”


 자꾸 말꼬리가 늘어졌다. 속도를 높이며 재민은 제노의 귓바퀴를 잘근잘근 씹었다. 숨이 바로 귓가에서 돌았다. 제노야. 너도 진짜 좋아. 진짜 좋고 진짜 귀여워. 재민이 실실거렸다. 세상이 몽롱했다. 허벅지 사이가 아렸다. 크게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다. 재민아. 재민아. 제노는 괜히 앓았다. 재민이 손을 잡아줬다. 교실과 복도를 가르는 간유리 너머 드문드문 인영이 비쳤다. 교성이 흘러나간다면 곧장 발각될 거였다. 제노는 눈을 감았다. 괜찮아. 안 무섭지. 재민이 달랬다.

 아. 머리 녹을 것 같다……. 제노는 생각했다. 사월의 첫 주에 재민과 함께 분리수거 바구니를 나르던 나날이 스쳤다. 그 나재민이 지금은 저와 아래를 맞대고 있다니 새삼, 새삼. 그러니까. 기뻤다. 기쁜 건가. 이런 짓을 해대면서 기뻐도 되는 건가. 제노는 재민의 손가락을 끌어와 핥았다. 자극이 강한 듯 재민이 빠득 이를 갈았다.

 누가 멍청했나? 누가 개새끼였지? 이젠 판단이 서질 않았다. 너 진짜 귀여워 제노야. 진짜. 귀여워. 재민이 반복하며 뒷목에 입을 맞췄다. 제노는 왈칵 사정했다. 온몸이 떨렸다. 립밤은 진작 버렸는데도 과일 향이 났다. 착각이 분명했지만 출처를 찾고 싶었다. 재민아 키스할래. 제노가 칭얼거렸다. 재민은 쉽게 제노를 뒤집었다. 혀가 엉켰다. 달았다.

 정말. 머리 녹을 것 같다. 제노는 다시 생각했다.
 미처 닫히지 못한 창문 틈새로 운동장의 호루라기 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