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물 돕쥬



도베르만이 원래 밖에서 전투 하고 나가는 직업이잖아요. 원래 밖에서 나가는 직업이라서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구조하고 하는 와중에 우연히 거기서 다친 토끼 하나를 구한 거죠. 처음에는 그냥 진짜 토끼인 줄 알고 구했는데 이게 정부 측에서 일반 동물이 아니고 수인으로 분류가 되기 때문에 이럴 거면 안락사로 가거나 새로운 주인이 구해지기 전까지 보호소로 보내져야 한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 그 보호소가 엄청 열악한 상황이라는 걸 도베르만이 잘 아는 거죠. 그 이유가 그 전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수인이라서요. 그걸 알아서 돕이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 애를 자기 집으로 들이는데 그게 롭이어 토끼 수인 쥬야인 걸로. 그래서 일단 키우기는 하는데 쥬야가 계속 매일 숨기만 하고 안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서 침대 밑에만 있으니까 돕이 좀 심란한 거죠. 친해져야 뭐 예전 주인이라고 찾아주던지 그런 걸 할 텐데 쥬야가 안 나오니까. 나중에는 돕이 전투 다녀온 뒤에 진짜 얼굴이고 몸이고 온통 상처 투성이로 와서 지쳐서 그냥 자려고 하는데 그날 처음으로 뭔가 얼굴에 닿은 기분이 들어서 돕이 본능적으로 상대인 줄 알고 움켜쥐는데 그게 사람으로 변한 쥬야인 거죠. 근데 쥬야가 하는 첫마디가 그거에요.

나 버리려고 그러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일부러 다쳐서 오는 거죠?

하여튼 그렇게 말을 하니까 돕이 그러는 거죠.

누가 너 버린대?
버리려고 하는 거잖아요.
내가 너 버리려고 작정했으면 데리고 오지도 않았어.
다들 그렇게 말해요.

그렇게 말하고는 쥬야가 먼저 돌아서는 거죠. 그러는 와중에 옷도 제대로 없어서 그 전투에서 데리고 왔던 천조가리 엄청 너덜너덜해진 옷을 입고서 그러고 있으니까 돕이 조금 심란한 얼굴로 일단 쥬야한테 옷을 줘요.

이거라도 입고 있어.
싫어요.
왜 자꾸 싫다는 말만 번복하게 하는 건지 모르겠네.
이거 입으면 또 버리려고요? 예쁜 옷 입으면 버리려고 나 주기만 하던데. 아저씨도 그래요?
애초에 내가 널 버릴 거라는 걸 전제라고 하는게 더 웃기지 않나.
버릴 생각 없어요?
너 버리려고 했으면 정부에서 안락사 한다고 할 때 보냈을 걸.
그럼 그때 보내지 그랬어요.
너 자꾸 그렇게 사람 비꼬는 식으로 이야기 할래?
아저씨는 하나도 모르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그렇게 말하니까 돕이 그럼 네 멋대로 하라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면서 일단 나가는 거죠. 쥬야는 그런 돕 보다가 일단은 그 옷으로 갈아입기는 해요. 근데 그거 보다가 눈물 뚝, 뚝 흘리면서 그거 옷 잡고서 입술 꽉 깨물고 있다가 돕이 떠나간 자리에서 거기에 누워서 잠든단 말이에요. 돕은 그 다음 날 정부에서 치료 받고서 와서는 자기 침대 보는데 처음으로 토끼 모습이 아닌 쥬야가 자기 침대에서 자고 있는 거에요. 그거 보니까 심란한 마음 반 상처 받은 말 했던 마음 반 그러는 와중에 자기가 준 옷 입고 있으니까 좀 괜찮은 거 같고. 그렇게 한참이나 쥬야 바라보고 있는데 쥬야가 눈을 뜨니까 그러죠.

이제 좀 나랑 말할 생각은 생겼고?
…..배고파요.
제대로 된 대화가 배고프다고하는 거 좀 웃기네. 토끼는 풀같은 거 먹나?
요즘도 누가 풀을 먹어요? 맛없는 거 싫어요. 오이는 제일 싫고.
똑 부러지는 건 좀 마음에 드네.

그렇게 말하면서 돕이 요리를 해주려고 하는데 당연히 돕은 요리를 못하죠. 원래도 밖에서만 먹는데다가 전투 나가면 전투 식량 먹는 일이 허다하니까. 그래서 되게 허술하게 하니까 쥬야가 뒤에서 한숨쉬다가 자기가 해준다고 하면서 요리를 해줘요. 돕이 그러면서 그거 받아 먹는데 진짜 맛있으니까. 쥬야한테 그러죠.

너 요리 학원이라도 다닐래?
네?
나 없으면 심심하잖아. 나도 전투 나가면 오래 돌아오기도 힘들고.
……
너 버리려고 그러는 거 아니니까. 오해도 그만하고.
진짜 배워도 돼요?
어. 배워.

그렇게 말하면서 쥬야가 요리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는 거거든요. 그러면서 쥬야가 음식 이런 거 저런거 배워오면서 돕한테 해주는데 돕이 되게 좋아하고 맛있게 먹으니까 돕이 쥬야 볼살도 점점 오르고 사랑받아서 예뻐지는 거 보이는 와중에 사고가 하나 딱 터지는 거에요. 그게 쥬야가 오랜만에 학원에서 베이킹까지 배운다고 조금 늦게 온다고 하던 날 돕이 훈련 안 나가서 시간이 꽤 남아서 데리러 가는데 거기서 누가 쥬야 손목을 잡고 안 놔주는 거죠. 근데, 그거 보니까 돕이 눈 돌아가서 일단 그 사람 멱살부터 잡아채고 쥬야를 제 품 뒤로 숨기는데 그 사람이 그러는 거에요.

왜 그 찰나의 순간에 또 다른 주인 만들었어? 너 여전하다. 능력 좋고 꼬시는 거.
너야?
뭐?
예쁜 옷 주고 버리는 거? 아, 근데 좀 구차하다.
입 다물어.
얼굴부터 구질구질하네. 어떡하냐. 니가 꼬신다는 그애. 걔가 꼬신 거 아니고 내가 꼬셨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쥬야가 뒤에서 잡고서 바들바들 떨고 있으니까. 돕이 여기서 경찰을 부를까. 아니면 니가 니 발로 갈래. 어떻게 할래? 이렇게 말을 하니까 걔가 일단 도망치기는 해요. 돕은 일단 쥬야 데리고 와서 심란한 얼굴로 집으로 데리고 오기는 해요. 집으로 와서 쥬야 앉혀두고는 하는 첫 마디가 그거죠.

오늘은 뭐 배웠어?
…마들렌.
달아? 나 그렇게 단 거 잘 먹는 편은 아닌데.
아저씨.
응.
안 물어봐요?
안 물어봐. 네가 말하고 싶어지면 그 때 말하겠지.

그렇게 말 하니까 처음에는 쥬야가 말을 안 하고 만든 마들렌 앞에 주면서 돕이 그걸 먹어요. 이거 생각보다 맛있네. 그렇게 둘이 저녁 먹고서 원래는 보통 돕이랑 쥬야가 방을 따로 쓰거든요. 아무래도 돕이 자기랑 자는 거에 익숙해지면 혹여라도 전투에서 잘못되면 쥬야가 그거 때문에 힘들어 할 수도 있으니까. 일부러 은근히 거리감을 두면서 지내는 와중에 쥬야가 그날 처음으로 베개를 꼭 안고서 돕의 방으로 와요. 돕의 방문을 노크를 하니까 그러는 거죠.

여기서 자도 돼요?
왜. 그 방에서 귀신이라도 나와?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래? 여기 눕던지.

그러면서 돕이 옆에 이불 들어주면서 쥬야가 그 안으로 들어와요. 돕은 원래 옆으로 돌아누워서 자는 편이라서 옆으로 누워서 자는데 쥬야가 그런 돕 뒤에서 베개가 아니라 돕의 허리를 안으면서 말을 해요.

아까 그 사람이요. 나 버렸어요.
…..그래.
매일 똑같은 옷만 입히다가 처음으로 예쁜 옷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내가 가지고 싶다던 꽃도 사주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래서 나는 그게 티비에서 흔히 말하는 거 데이트라는 건 줄 알아서 그래서 되게 설렜는데.
…..
그렇게 다 입고 나서 그 사람이 준 아이스 초코를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는 폐허였어요. 진짜 아무것도 없고 그 사람도 없고, 휴대폰도 없어서 어디 연락할 곳도 없고 그래서 알았어요. 나 버렸구나. 버림 받았구나.
…..
참 웃기죠. 사람 같은 거 믿으면 안 되는데. 나같은 애들은 의존할 곳이 없어서 자꾸 의존하게 되는 곳을 찾아서.
….쥬야.
아저씨도 나 버릴 건가요?
너를 버리지는 않아. 근데, 지우야. 나를 사랑하지는 마.
…왜요?
나는 너를 못 데리러 올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말을 하니까 쥬야가 입을 꾹 다물어요. 돕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아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죠. 이렇게 되다 보니까 둘의 사이가 약간 서먹해지는 게 있었어요. 근데, 사실 그렇다고 해도 쥬야도 아는 거죠. 왜 돕이 그러는 건지 알 거 같아서 그래서 어떻게 말을 못하는 와중에 돕이 되게 큰 전투 하나를 나가요. 그래서 쥬야한테 말을 하죠.

나 오늘부터 한동안 못 들어와.
언제 와요…?
…..
언제 돌아온다는 말도 못하는 거구나?
미안.
그래도 기다리면 안 돼요?
기다리지마.
싫어요.
돌아온다는 보장 못해.

그렇게 말하니까 쥬야가 입을 꾹 다물고 돕도 한숨을 쉬다가 그대로 나가요. 다녀온다는 말도 하지도 않고서 그렇게 떠나거든요. 다녀온다고 말하면 진짜로 돌아와야 할 거 같아서 말이죠. 그렇게 결국엔 떠나고 돕은 꽤 큰 전투로 가서 쥬야는 매일 같이 기다려요. 학원에 다녀오면서 돕이 언제 오나. 오늘은 이거 먹을 수 있나. 근데 혼자서 먹기만 하고 버려지는 간식들은 계속 쌓이기 시작하는 거죠. 티비에는 돕이 나간 전투가 계속 부진해서 해결이 안 된다는 기사만 뜨고 마음은 계속 심란한 와중에 쥬야가 며칠 뒤에 속보를 하나를 봐요.

[속보] A구역 전쟁터, 코드네임 : 도베르만 (정재현) 중위 사망.

이런 기사요. 돕이 워낙에 유명한 인물이라서 그게 뉴스 아래에 있는 까만 줄로 딱 뜨는데 그걸 쥬야가 보고 그대로 주저 앉아서 한참이나 그 문장을 손으로 만지고 울고 또 울어요. 거짓말이라고 안 믿으려고 하는데 그날 돕의 집으로 사람들이 오거든요. 이곳에 사는 사람이냐고. 돕이랑 아는 사이냐고 하니까 쥬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뭔가를 손에 하나를 쥐여줘요. 근데, 그게 돕이 전투에 나가기 전에 준 편지인 거죠. 그 편지의 내용이 그거에요.

[ 이 편지를 읽는 순간에 내가 너에게 돌아가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겠지. 가장 닿지 않기를 바랐던 순간에 너에게 닿아버린 것을 후회한다. 아니, 사실 내가 가장 후회를 하는 것은 떠나던 날 너에게 한 첫마디가 다녀올게가 아니었다는 인사라는 점이 가장 내 마음에 맴돌았지. 지우야. 이 편지를 읽는 동안 우는 너의 모습이 선명하겠지. 나는 닦아줄 수도 없는 나의 여린 토끼. 역시, 이런 말을 꺼내니 너에게 하지 못한 마지막 말이 못내 사뭇친다. 지우야. 사랑한다고 말해줄 걸. 너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줄 걸.]

[사랑한다. 지우야.]

라고 보낸 편지가 마지막이었어요. 그렇게 그 편지를 읽은 쥬야가 계속 울어요. 울고 또 울고 한참을 울고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이 집을 떠나실 거냐고. 어떻게 하겠냐고. 그러니까 쥬야가 못 떠난다고 있겠다고 말을 해요. 사실 그 집은 없어져야 하는 건데 쥬야가 있겠다고 했고 돕이 정부에 원하던 내용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그 집은 그대로 남아있고 쥬야는 전투에서 남은 돕의 이름이 적힌 뭐랄까.. 명패? 같은 걸 꼭 안고 다녀요. 품에 꼭 안고서. 이제는 작게나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케이크도 만들고 그러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아주 우연히 몇개월이 지나고 비가 쏟아지는 날 쥬야가 우산을 안 가지고 온 거에요. 거기에 카페 마감이라서 마감까지 하느라고 자기 혼자만 있는데 가게에 손님들에게 우산을 나눠준다고 우산도 없고 그래서 한숨 푹 쉬다가 오늘 집에 가서 먹으려고 했던 마들렌을 품에 꼭 안고서 비가 그치는 걸 한참이나 기다리다가 결국 맞고 가려고 하는데 누가 그 앞으로 우산을 내밀면서 말해요.

토끼는 비에 젖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
지우야. 데리러 왔어.
…..
다녀왔어. 지우야.
….아저씨.
이제는 너에게 말할 수 있겠네.
….
사랑한다고. 지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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