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미야콘으로 간다, 두 발을 벗고
w.마꼬
동맠
동혁아 a flash 라는 말, 알아? 어 플래쉬. 사람이 죽기 직전에, 그동안 살았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거래. 꼭 영화 한 편 보는 것처럼. 신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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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민형이 죽었다.
밤새도록 집에 이민형이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하루를 더 기다리고 나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반나절 정도 지난 후 전화가 왔다. 감시카메라에 배달 오토바이가 커다란 트럭과 부딪힌 건 찍혔는데, 그 뒤 카메라 시야 밖으로 나가버렸다고. 시신은 찾을 수가 없었다고.
이민형은 약한 야맹증이 있었다. 한국말도 서투르고 눈치도 없어서 자기는 사람 받는 일은 절대 못한다며, 그럼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그렇게 말하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밤엔 눈도 잘 안 보이는 게 무슨 배달이야.
-계속 굶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그거 말고 일할 데가 없어. 너무 어려서 싫대.
나는 그 날부터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못했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핑계로 헬멧을 벗어젖히고, 푸석한 머리칼을 팔랑거리며 스쿠터에 오르던 이민형이 자꾸 생각나서.
이민형은 여기서 살기 싫었던 거다. 그래서 떠난 거야. 죽은 게 아니야. 도망간 거야, 자기 엄마처럼. 이민형이 떠났다면 멀리 떠났으면 좋겠다. 수박이 좋다고 했으니까 수박이 많이 나는 나라로. 아니면 눈이 많이 오는 나라로. 밤마다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누구보다 이민형을 이 방에서 내보내주고 싶어 했음을, 그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9. 이민형은 자기 전에 꼭 여행 가이드북을 펴놓고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읽었다. 주인도 모르는 책을 가져와서는 평생 밟아보지도 못할 여행지들의 사진을 보고 또 보았다.
-형이 나중에 시간되면, 스쿠터타고 오미야콘에 데려다줄게.
-거기가 어디에요?
-러시아. 세상에서 제일 춥대. 넌 더위를 많이 타니까, 거기가면 안 덥겠지.
나는 간헐적으로 슬퍼졌다. 자기는 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에도 이불을 덮고 자면서 나 때문에 추운 나라에 가겠다는 말이. 배운 게 없어 지도 볼 줄도 모르고, 러시아가 얼마나 먼 나라인지도 모르는 주제에 함부로 스쿠터에 날 태우고 데려가주겠다는 저 다짐이. 그러면서도 동그란 이빨을 내보이고 웃는 것이.
이민형이 일을 간 사이, 나는 몰래 책을 들고 나가 공사장 소각장 한가운데에 던져버렸다. 이민형은 언제든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나는 그것이 가장 무서웠다.
8. 어느 날 씩 웃으면서 들어온 이민형은 주먹을 내밀었다. 꼭 쥔 주먹 안에 몽쉘이 하나 들어있었다.
-어디서 났어요?
-헌혈했어. 짱이지.
-어떻게?
-너 이름으로.
아학학, 하고 이민형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진짜 내 이름으로 적힌 헌혈증까지 내밀었다. 내가 너 좋은 일 하나 시켰다. 고맙지? 몽쉘 두 개에 영화표까지 받아왔다며 빨간 티켓을 눈 앞에 흔들었다. 동혁아 영화 보러 가자! 한참을 좋아하던 이민형은 잠시 후 그제서야,
-표가 하나밖에 없는데 어떡하지?
해서 나는 또 웃어버렸다. 형 나는 알아서 들어갈게. 걱정 마.
그다음 주에 영화를 보러 갔다. 이민형은 피를 뽑아 받은 티켓을 보여주고 들어갔다. 나는 직원에게 화장실에 팔뚝만 한 벌레가 있다고 말한 후, 그가 놀라서 뛰어가는 새에 들어갔다. 심야영화라 자리가 많았다. 처음으로 이민형과 영화관에서 함께 보는 영화였다.
영화는 조용하게 시작해 조용하게 끝났다. 정원이란 사진사와 다림이라는 주차요원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늦게 들어가서 몰랐는데, 이민형이 제목이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울고 있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나는 매워진 코 끝을 문질렀다. 항상 너무 잘 울어서 탈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맴돌았다. 눈 쌓인 사진관, 사진관 유리창에 걸린 자신의 앳된 사진을 보고 웃는 다림. 그리고 그 뒤로 흘러나오는 정원의 나레이션.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이 추억으로 그칠 수 있을까요, 형?
-글쎄.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나도 안될 거 같아요. 만약에 우리가 과거가 된다면, 그게 추억이 될 수 있을까.
-그러게... 나도.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형, 나는 미리 고마워요.
그 말에 이민형은 뭐라고 대답했더라. 또 오바, 라고 했었나, 아니면 아무 말 없이 웃었었나...
7.
-형, 춥지 않아요?
-응. 별로.
겨울에, 우리는 일이 끝나면 자주 서로를 기다렸다. 집 앞 언덕을 타고 올라가 걸으면 나오는 뒤틀린 육교.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눈이 올 때 육교 위는 발자국 하나 없이 새하얗게 덮였다. 천천히 그 길을 지나가면서 우리는 의미없는 대화를 했다.
이민형은 수박이 좋아서 여름을 제일 좋아한다 말하고는, 어느 밤에는 눈이 좋아서 겨울이 제일 좋다고 했다. 봄가을은 싫냐 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육교 난간에 쌓인 눈을 손가락으로 쓸어 동혁, 민형, 하고 글자를 쓰는 이민형을 보면서, 하마터면 나는 형이 좋아서 사계절이 다 좋아요, 하는 미친 소리를 할 뻔했다.
그런 말이 튀어나오는 걸 막기 힘들 때는 노래를 불렀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한 명인 노래. 나란히 걷는 도시의 사잇길... 처음부터 들꽃이 아니었던 사람... 함께 본 건 하늘과 목 부러진 귀신... 이만큼 특별한 게 또 있을까...
-그 노래는 어디서 들었어?
-이번에 나간 공사에 있던 황 아저씨가 들려줬어요. 그 저번에, 귤 갖다 준 아저씨 있잖아요.
이민형은 내 말에 기억을 되새기는 듯 잠시 말이 없었다. 곧 그분 고마우시다, 하더니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진실 없는 사랑은 타살...
6. 이민형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 여행은 어땠지.
한여름이었다. 나는 공사장에 가던 도중 노란 망토를 입은 강아지를 발견했고, 목걸이에 걸린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한 아주머니가 울면서 찾아왔다. 그녀는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를 하다가 꼭 받아주세요, 하면서 봉투를 내밀었다. 집에 도착해 이민형과 함께 세어보니 만원 짜리가 다섯 장이었다. 길 잃은 강아지 한 마리와 오 만원.
-강아지가 내 몸값보다 더 비싸다.
이민형의 그 말은 내게 어떤 기폭제였다. 그날 밤 오만원이 든 봉투를 움켜쥐고 나는 잠들지 못했다. 뜬 눈으로 지새운 후, 깨어난 이민형의 어깨를 움켜쥐고 말했다.
-형, 우리 여행가요.
충동적으로 버스를 타고 선착장에 갔다. 우리가 올라 탄 건 신도섬으로 가는 작은 배였다. 뱃고동 소리에 귀가 얼얼했다. 육지는 아득하게 멀어지고 있었고, 파도가 발 밑으로 느껴짐에도 바다 위에 떠있다는 건 잘 실감 나지 않았다. 도피하는 기분이었다.
이민형은 배가 출발함과 동시에 안절부절못했다. 멀미 기운이 올라온다며 울상이었다.
-그러게 약 먹고 오라니까.
-먹었는데 이래. 으.
-키미테는.
-알잖아, 못 붙여.
이민형은 어릴 적 들은 무서운 얘기 때문에 키미테는 붙일 엄두도 안 난다고 했다. 뭐라더라, 멀미가 심한 어떤 고등학생이 키미테를 붙인 다음에 그 손으로 눈을 비볐다가 실명이 됐다고. 진위여부를 알 수 없는 허망한 얘기보다도 무섭지, 하고 눈을 홉 뜬 채 나를 보는 이민형의 표정이 웃겨서 그만 난 웃어버렸었다.
이동하는 내내 이민형은 몸을 가만두질 못했다. 검은 비닐봉지를 쥐었다 폈다, 바람 쐬면 나아질 거라며 갑판에 올라가기도 하고 화장실도 들락날락. 정작 토는 안 했다. 몇십 분의 사투 끝에 자야겠다며 토 색 얼굴로 파리하게 앉아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배는 내 생각보다 금세 섬에 다다랐다. 이민형은 제대로 눈도 감아보지 못한 채 비틀대며 나갔다. 나는 짐을 챙겨 그 뒤를 쫓았다. 사람이 득시글한 계단가를 나와보니 이민형이 언덕 둘레에 줄 선 나무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멀미 나요?
-응. 좀. 아니 많이.
-밥 먹을 수 있겠어요?
-당연하지. 여기 특산물이 뭐야. 그거 먹어야지.
이민형이 씩 웃으며 말했다. 특산물이란 말은 또 어디서 배워왔대. 바닷바람이 강했다. 난간 밑으로는 회백색 절벽이 펼쳐져 있었다. 잠시 아무 말도 않던 우리의 사이를 메운 건 파도가 절벽에 부딪치며 나는 철썩, 하는 소리였다. 나는 가만히 멈춰 서서 바람에 갈라진 이민형의 눈썹께를 응시했다. 머리칼들이 이마를 스쳐 날리며 그 밑으로는 까만 눈동자가 있다. 예쁜 눈.
밥 먹을까요. 그 눈을 계속 보니 눈물이 나올 거 같아 나는 괜히 고갤 돌렸었다. 이민형은 앞만 본 채 중얼거렸다. 그래.
우리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 백반을 시켜먹었다. 나는 맘 같아선 고기를 사주고 싶었다. 어디가 맛있는 지도 알아놨는데. 배에서 내리자마자 편의점으로 뛰어가 소화제와 멀미약을 종류별로 한 봉지 가득 사 오는 바람에 돈이 모자랐다. 오바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 얼굴을 보고 어떻게 그냥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려다 말았다.
이민형은 속이 계속 안 좋다며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나는 억지로 이민형의 밥까지 가져와 먹으며 맛있다, 하고 중얼거렸다. 사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다.
해도 지기 전에, 예정보다 일찍 출발했다. 이민형의 얼굴색이 안 좋았기 때문이었다. 집에 올 때는 배 대신 버스를 탔다. 가는 내내 이민형은 내 어깨에 기대 잤고 나는 몰래, 조금 울었다. 그냥 동네에서 고기 사줄걸. 이민형 수박 좋아하는데 수박 사줄걸. 괜히 여행 같은 거 오자고 해서. 괜히, 형이 그깟 노란 망토 입은 개새끼보다는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그 날 밤에 이민형은 멀미 기운 때문에, 나는 억지로 먹은 저녁때문에 앓았다.
5. 우리가 벌어온 돈을 아끼고 아껴 모으면 월말에 수도비랑 방세를 내도 돈이 조금 남았다. 그러면 그걸 나눠 반은 통장에 넣었고, 나머지 반으로는 고기를 사 왔다. 나름의 파티였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건물 2층에 사는 주인아저씨께 빌려온 부루스타에 프라이팬을 올렸다. 그 위에 1인분만큼의 삼겹살을 구우면 반만 뚫린 창문으로 연기가 조금씩 빠져나갔다. 채 나가지 못한 연기들은 쌓이고 쌓여 고기가 다 익었을 즈음에는 방을 메꿨다. 나와 이민형은 콜록거리면서 고기를 씹었다. 서로의 앞에 고기를 밀어주면서 기침했다.
파티의 크기는 내가 일한 날수에 따라 결정되었다. 나는 공사장에서 일을 했고, 공사판은 매일 열리는 것이 아니었다. 운이 좋아서 한 달 내내 빼곡히 일한 달에는 여분의 돈이 생겼다. 고기를 사는 김에 할인하면 상추도 몇 장 사고, 이민형이 좋아하는 볶은 김치랑 팩소주도 몇 개 샀다. 동네 마트 아주머니는 민증 검사를 하지 않아서, 딱하다는 눈빛으로 계산을 해주어도 마냥 좋았다. 마땅한 소주잔이 없었던 우리는 빨대를 꽂아 마시면서 웃었다.
-형은 꼭 그 빨대로 마셔요.
-얇은 건 맛이 안나.
이민형은 팩소주에다 편의점에서 가져온 두꺼운 빨대를 억지로 꽂았다. 그거나 그거나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들어가지도 않는 걸 욱여넣나 싶다가도, 말았다. 이민형이 웃는 걸 보면 나는 기둥이라도 뽑아다 꽂아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술이 들어가는 날엔 먹던 것도 덜 치우고 몸을 겹치는 날이 많았다. 이민형은 언제 안아도 숨이 북받쳤다. 그 얇은 살과 내 살이 닿으면 찬 기운에 몸이 오싹하면서도 좋았다. 이민형은 동혁아, 너 너무 뜨거워, 그러면서도 나를 자꾸만 끌어안았다.
4. 나는 주로 막노동을 뛰었다. 종종 몸살이 났지만 돈을 제일 많이 벌 수 있는 일이었다. 하루 일하면 적어도 십만원은 수중에 들어왔다.
이민형은 낮에는 식당 설거지 일을 했고, 저녁에는 배달을 나갔다. 하지 말라고 화도 내봤지만 알고 있었다. 이민형이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정말로 굶어야 했다. 이민형이 굶는 걸 보는 건 무서웠다.
-차라리 하루 종일 설거지만 하면 안 돼?
-저녁에는 다른 사람이 한대. 더 일 잘하는 사람.
-배달 말고 다른 일 없어요?
-다 신분증 있어야 된대. 여기도 면허 있다고 뻥치고 들어간 거야.
난 손재주도 없고 신분증도 없어서, 으학.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이민형의 손에 잔뜩 습진이 번진 게 보여 나는 울 뻔했다.
사실 가장 무서웠던 건 이민형이 굶는 것도, 손에 습진이 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삶에 질려 어느 날 일어나 보면 이민형이 없어져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가장 무서웠다.
3. 고등학교는 돈이 없어서 못 갔다. 이민형은 원래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출생신고도 되어있지 않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이 세상에서 이민형이라는 존재를 아는 게 나 혼자라는 사실에 어딘가 흥분해버려서 냅다 입을 부딪혀버렸다. 헐떡이며 형, 제가 진짜 사랑해요, 진심이에요, 하고.
그러나 어느 날은 악몽을 꿨다. 언젠가 이민형이 죽었을 때 사망신고도 못 할 나를 상상해 버린 밤이었다. 깨어나 보니 베개가 젖어있었다.
그의 엄마는 중학교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밤 도망가버렸다. 이민형은 삼일동안 꿈쩍않고 방에서 그녀를 기다렸다고 했다. 처음으로 이민형이 내 앞에서 울었다. 형, 같이 사는 거 어때요.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정말 그러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그때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다. 그날 새벽, 고아원 원장 몰래 돈을 훔쳐 달아났다. 양심의 가책이 생길 때마다 이민형의 목에 입술을 박았다.
우리는 가진 돈을 차곡히 모았다. 여러 군데를 돌아 구할 수 있던 곳은 반지하의 작은 방이었다.
2. 학교가 끝나고 내 밑창이 다 닳은 운동화가 향하는 곳은 늘상 같았다. 흉한 몰골을 한 채 드리워진 나뭇가지들. 그 아래의 담장. 회백색 돌로 이루어진 담장 언저리엔 철 지난 전단지들이 색이 다 바랜 채로 붙어있었다.
바른이예쁜이고운이함께만들어요개원이벤트상담무료진료오십퍼센트할인... 무료란 글자를 가리키며 잇몸이 다 드러나게 웃는 여자의 사진 밑에서, 나와 이민형은 굶주렸다. 11월의 공기에 변색된 담장은 푸른 빛을 띄었고 뛰어서 오분거리에는 작은 시장판이 열려있었다. 시장 머릿목 더러운 기름으로 튀겨지던 호떡과 번데기들. 그 쩐내를 맡으며 우리는 여자의 이를 하나씩 칠하고 놀았다. 내가 학교에서 몰래 훔쳐온 파란색 보드마카, 까만색 보드마카를 한 개씩 쥐고서.
-이 여자 이빨이 전부 다 썩으면 우리 집에 가자.
-응, 형.
-엄마가 그 때 쯤이면 와있을 수도 있어. 그러면 내가 볶음밥을 해달라고 할게.
-우와.
-진짜 약간 대박 맛있어.
그리고 이민형네 엄마의 볶음밥은 정말로 맛있었다. 나는 크면 꼭 볶음밥 하는 법을 배워서 이민형에게 해줘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1. 우리는 같은 동네서 태어났다. 그러니까, 나와 이민형.
우리 둘다 아빠가 없었다. 너도? 형도? 그게 반갑다고 우리는 방방 뛰었다. 나는 엄마도 없었고, 이민형의 엄마는 몸을 판다고 했다. 몸을 판다는 게 뭔지 몰랐지만, 나는 아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고아원에서 지냈고 이민형은 빨간 조명이 가득한 골목에서 지냈다. 고아원에서 허락을 맡고 나온 날엔 이민형에게 갔는데, 그 근처 가게들에는 하나같이 얼굴이 새하얗고 눈덩이가 시커먼 누나들이 앉아있었다. 어떤 때는 그 누나들이 울고있어서, 나도 조금 슬퍼졌다. 그러다가도 이민형을 만나면 기분이 나아졌다.
사람들은 우리 둘을 보면 가여운 것들, 이라고 했다. 가엽다는 게 뭔지 몰랐지만 이민형을 두고 생각해보면 좋은 말 같았다.
-뭐든 다 주고싶다는 뜻 아닐까?
-그런가. 동혁아, 너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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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진짜네. 신기하다. 역시 이민형 말은 틀린 게 없다. 방금 내 인생을 전부 봤어. 조금은 슬프게 살았지만, 그래도, 형이 있어서, ...
여름이어도 바람은 세차게 나를 가로질렀다.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세상은 빠르게 내곁을 스쳐지나가고... 나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