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세계
*충사au
쿠라모치는 나무 사이사이에 걸린 줄 밑으로 고개를 숙여 지나갔다. 붉고 푸른 종이와 부적이 엮인 줄은 산 밑자락 곳곳에 묶여 있었다. 광맥이 있는 산이라 함부로 드나들다가는 화를 입는다. 마을 사람들은 이 산에 기거하는 충사가 조언하는 대로 정해진 길로만 다녔다. 그들에게 충사는 신의 전령과 비슷한 존재인 것 같았다. 산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막는 그들에게 자신 또한 충사이며 오랜 친구를 찾아왔다고 말하자 주민들의 눈이 순식간에 호의로 반짝였던 것이다. 친구라고 부르는 데서 약간의 불쾌감을 견뎌야 했지만 덕분에 일이 쉽게 되었다. 그들은 쿠라모치가 산 속의 충사를 그 자식, 미유키놈이라고 지칭하는 동안에도 꼬박꼬박 미유키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쿠라모치까지 숫제 귀빈으로 대접하려고 했다. 쿠라모치가 그 환영 인파를 간신히 떨쳐내고 났을 때 그의 손에는 가시는 김에 좀 전해달라며 넘겨진 음식이나 식기 따위가 바리바리 들려 있었다.
미유키는 산 속 깊은 곳에 지내다가 산에 이변이 생길 때만 내려와 지침을 전해준다고 했다. 산신 놀이가 잘 맞는 모양이지, 부러 꼬아서 생각하면서도 조금쯤 안심한 게 사실이다. 도와주고도 원한을 사곤 했던 미유키의 과거를 기억한다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부를 만 했다.
그렇다면 마을에 내려와서 살아도 되지 않았을까. 인적이 드문 영산은 산세가 험하고 길이 없었다. 반나절을 꼬박 등산하는 데 써야했던 쿠라모치는 바위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거리를 가늠했다. 집과 밭이 점점이 보였다. 느긋하게 앉아있자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심부름까지 시키고 말이지."
들으란 듯이 말하자 뒤에서 부스럭거렸다. 아니, 위인가. 가까운 곳에 있을 텐데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원체 비싼 얼굴이었다. 미유키가 없으면 기모노 끝자락도 내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 녀석이 여기 있다면 목적지에 도착한 거나 다름없었다. 쿠라모치는 다시 나무 가방과 봇짐을 들어 메고 발걸음을 떼었다.
앞질러 사라지던 인기척이 생각했던 인물이 맞았는지, 미유키는 툇마루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쌀 떨어졌는데."
"보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그거냐? 인사라도 좀 해보지?"
"오랜만이야, 쿠라모치."
"작작 좀 고생시켜라."
미유키가 웃음을 터뜨렸다. 쿠라모치가 제법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그는 초점을 맞추려는 것처럼 미간을 찌푸리고 쳐다보았다. 하는 품새로 보아하니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시력이 확연하게 떨어져 있었다. 이제는 안경을 껴도 앞을 보기가 힘든 것 같았다.
"심부름값은 할게."
"그래야지."
미유키는 냉큼 손을 뻗어 보따리를 받았다. 그는 매듭을 끄르지 않고 마루에 밀어놓았다. 쿠라모치가 툇마루에 가방을 내려놓자 미유키가 건너편의 방을 가리켰다.
"저기 써. 지금 가면 늦어."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었어. 잠깐만."
쿠라모치는 나무 가방의 뚜껑을 열어 작게 접은 약포 꾸러미를 꺼냈다. 미유키의 눈 앞에 가져다 놓자 난처한 표정을 했다.
"괜찮다니까 그러네……."
"내가 가져온 거 아니거든. 타키가와 선생 부탁이다."
"선생님이?"
"따지자면 사와무라 부탁이지. 힘들게 구했으니 꼭 처먹으라신다."
미유키는 바람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웃었다. 쿠라모치가 마지막으로 찾아왔을 때 미유키는 딱 잘라 말했었다. 자기도 알아봤지만 선례도 없고 해결 가능한 일도 아니니 손을 떼라고 했다. 쿠라모치는 그 손쉬운 부탁을 굳이 거절해가면서 미유키의 삶에 껴드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사와무라는 아니었다.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제자라고 할 만한 유일한 아이였는데, 미유키가 하도 싸돌아다니는 통에 미유키에게 제대로 배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본격적으로 벌레에 대해 알게된 건 타키가와 선생 밑에서 지내게 된 후였다. 그래도 그는 항상 충사라는 직업을 알게 해 준 미유키를 가깝게 생각했다. 미유키가 사고 이후로 이 산에 숨어든 것을 알자 사와무라는 치료를 포기했다고 생각하고 불같이 화를 냈다. 그리고는 사방을 찔러 결국 타키가와 선생이 벌레의 침식을 막는다는 약을 구하게 만들었던 거다.
걱정하는 마음은 참으로 기특했으나 실상은 조금 달랐다. 미유키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산골짜기에 머무르는 건 그의 병보다는 다른 것 때문이었다. 쿠라모치는 오면서 들었던 발소리를 떠올렸다.
"그 녀석은 잘 지내냐."
"후루야?"
"그럼 누구겠어."
"어어, 잘 지내지. 볼래?"
미유키는 뒤를 돌아 후루야, 몇 번을 불렀다. 반응이 없자 쿠라모치가 혀를 찼다.
"뭐 좀 물어보려고 했더니."
"미안하네 이거. 먼 걸음 하셨는데."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고 있네. 그럼 네가 한 번 봐줘라."
쿠라모치는 가방에서 유리병을 하나 꺼냈다. 안에는 점성이 강한 액체가 들어있었다. 병을 흔들 때마다 액체의 색이 조금씩 변했다.
"홍담이네."
"어린애가 이걸 강에서 발견하고 마셨대."
"그래서?"
"아무 증상도 없고 애도 괜찮다고 한다는 거야. 그런데 이후로 상처를 내도 순식간에 낫는다나."
"잘 끝난 거 아니야?"
"그런 식으로 되면 여기까지 들고 왔겠냐."
쿠라모치가 쥐어박으려고 주먹을 들자 미유키가 몸을 뒤로 비꼈다. 순간 쿠라모치의 손에서 유리병이 빠져나갔다. 옆을 돌아보자 키가 가슴께까지 오는 소년이 병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제 좋을대로 하는 건 미유키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인간이 아닌 이형의 존재는 인간의 법도를 몰라서인지 알고도 그러는건지 불쑥 멋대로 행동해서 종종 미유키까지 당황시켰다. 그래도 나와줄 마음이 들었다면 쿠라모치에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쿠라모치는 후루야가 병을 이리저리 흔드는 것을 내버려두었다. 후루야는 병을 잠시 살펴보더니 도로 쿠라모치에게 돌려주었다.
"열흘 동안 물을 마시지 말라고 하세요."
"열흘? 괜찮을까?"
"목은 마르지만 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는 미유키 옆에 뚱한 표정으로 앉는다. 그는 외부인을 싫어했다. 쿠라모치는 몇 번의 방문 후에 후루야가 낯을 가리는 것일 뿐이라는 걸 알고 기가 막혔다. 처음에는 쿠라모치가 떠날 때까지 아예 집 안에 머무르지 않던 것을 이제는 지금처럼 미유키와 잡담이나 하고 있으면 생각지 않은 부분에서 끼어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미유키를 중간에 두고서야 가능한 거다. 미유키와는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미유키의 말에 따르면 후루야는 처음부터 수십 년 동안 사람만 기다렸다는 듯이 저를 반겼다고 했다. 처음 본 인간이다 이건가. 오리 새끼가 따로 없었다.
"고맙다."
후루야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쿠라모치는 유리병을 다시 가방에 넣고 미유키가 가리켰던 방으로 들어갔다. 후루야가 영 불편한 시선을 보내며 어서 비켜주기를 종용했기 때문이었다. 방금 건으로 여기까지 찾아온 목적은 달성한 셈이라 쫓겨난 꼴이 썩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사와무라 부탁을 들어주거나, 미유키 카즈야가 아직 안 죽었다는 걸 확인한다거나 하는 건 덤으로.
쿠라모치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벽장을 열었다. 손님 방은 쓸 일도 없을 텐데 침구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미유키는 그 시력으로 잘도 일을 했다. 처음 왔을 때 거의 무너져가던 폐가였던 것이 이제는 수리까지 되어 한 때 번듯했던 가옥의 흔적이 보였다. 청소도 꾸준히 하는지 바닥과 선반이 깨끗했다. 쿠라모치는 베개만 꺼내어 바닥에 누웠다. 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후루야는 종종 벌레인 걸 잊게 될 정도로 인간과 비슷했다. 다른 인간에 대한 의식이 황당할 정도로 없는 점을 밀어두면, 기분이 다양한 점이라든지 그게 눈에서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라든지, 미유키에게 저만 봐달라고 조르는 무언의 투정 같은 것들이 그랬다. 인간이 연회에 초대받아 광주를 마시고 벌레에 가까운 존재가 되는 경우야 종종 있는 일이다. 벌레는 식물과 동물로 나눌 수도 없는, 생명 그 근원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렇기에 인간적인 감정과 행동은 벌레로 사는 세월이 길어질수록 점점 자취를 감춘다. 시간이 지나고 자신과 가까이 지낸 사람들이 전부 떠나고 나면 그들은 자아를 잃어갔다. 그런데도 홀로 백 년을 살았다고 하는 후루야에게서 그런 기미는 보기 힘들었다. 하는 것만 보면 외양대로 딱 열 다섯 살 즈음의 소년일 것 같았다.
"식사하세요."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쿠라모치는 허둥지둥 일어나 문을 열었다. 밖을 내다보자 후루야가 그를 흘깃 보고는 부엌 쪽으로 달려갔다. 미유키의 심부름일 것이다. 그는 몇 번 헛기침을 하며 목을 다듬었다. 밥을 먹는구나. 당연한 것이 새삼스러웠다. 후루야는 밥을 먹지 않았고 미유키는...... 벌레가 되고서도 인간성을 간직한 후루야와는 반대로 인간인 미유키는 점점 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허체라는 벌레가 있다. 이 벌레는 형태 없이 그것이 내뿜는 빛무리로만 인지할 수 있었다. 투명하다는 것과도 달랐다. 아무리 벌레가 순수한 생명에 가까운 존재라 하더라도 대부분은 희미하게나마 형태를 가지고 있다. 허체는 그런 점에서 벌레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벌레의 차원에 있는 입자의 무리라고 해야할 것이다.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게 골때리는 점이었지만.
이 벌레는 형체가 없기 때문에 물리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았다. '벌레의 차원에 있다'는 게 가장 어울리는 생물이었다. 감각으로 세상을 인지하지 않는다. 외부적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벌레는 오로지 광맥을 향해 떠도는 우발적인 자연현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허체는 거의 목격된 적이 없다. 기록 상 드물게 등장할 뿐이다. 미유키는 그 허체를 보았다고 했다. 보기만 했을까, 허체가 바로 미유키에게 생긴 병의 근원이었다. 벌레와 인간의 인체가 동화되는 것은 벌레의 종류를 막론하고 흔한 증상에 속했다. 그러나 인간의 몸 안에 기생한다는 건 벌레가 신체 어딘가에 묶여있다는 뜻이다. 허체가 기생한다는 건 원리적인 접근에서 불가능했다.
원리고 나발이고 그런 일이 일어났고, 그래서 미유키의 감각은 점점 인간의 차원을 벗어나고 있었다. 문제는 미유키에게는 명백히 인지할 수 있는 몸이 있다는 것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고 청력도 떨어지고. 말은 안 해도 촉각과 미각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 쿠라모치는 미유키가 보따리를 받아들고도 매듭에 손을 대지 않는 데서 눈치를 채고 있었다. 사는 데 크게 불편할 텐데도 미유키는 잘도 숨겼다. 사고가 일어난 지 한 해가 지났을 때도 여기저기 방랑하며 충사 일을 했다. 쿠라모치가 알아챈 것이 그 쯤이었다. 미유키는 괜찮다고 했다. 정말로 괜찮은 얼굴이어서 쿠라모치는 조금 거북했다.
감각이 사라져가는 대신 그는 벌레 세계 주민이 되어갔다. 사람의 몸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든 벌레를 볼 수 있었다. 눈을 감으면 사방에 있는 벌레들만 보인다고 했다. 숙주가 된 것을 알고도 방랑을 끝내지 않았던 그 일 년 사이의 미유키는 가히 최고의 충사라 부를 만 했다. 그리고 방랑이 힘들어졌을 때 미유키는 이곳을 찾아왔다. 약속이었다고 했다. 언젠가는 돌아오기로 했었다. 산천을 떠도느라 미루고 미뤘던 약속은 결국 병에 떠밀려 방랑을 그만둬야 할 때가 되어서야 지켜졌다. 충사 일을 그만두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려고 찾아왔던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미유키는 그 뒤로 이곳에 눌러앉았다.
쿠라모치는 그 내막까진 알 수 없었지만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쿠라모치의 표정을 보려고 잔뜩 찡그리던 미유키는 후루야가 옆에 앉자 편한 얼굴을 했다. 미유키의 시력이 떨어질수록 벌레인 후루야는 점점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이제 미유키에게는 인간인 쿠라모치보다는 후루야가 더 명확하고 가까운 존재였다. 세상과의 끈을 놓고 훌쩍 떠날 것 같았는데 후루야와 함께 살게 되면서 미유키 카즈야는 처음으로 머무를 곳을 얻었다. 늙어서까지 떠돌면서 살 팔자라고 악담했던 일이 멀게만 느껴졌다.
쿠라모치는 부엌으로 가 미유키에게서 밥상을 뺏어들었다. 미유키가 위태위태하게 상을 옮기는 걸 불안하게 쳐다보고 있던 후루야가 안심했다는 듯 미유키의 손을 잡았다. 마을에서 가지고 온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손님이라고 간만에 솜씨를 부렸는지 반찬이 가지각색 화려했다. 부엌에서 가장 가까운 방에 내려놓자 미유키와 후루야가 따라 들어왔다. 후루야는 먹을 것도 아니면서 미유키의 옆에 가지런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쿠라모치가 젓가락을 들었다.
"여기서 어떻게 산다고 하나 했는데 집 꼴은 갖췄네."
"마을 분들이 도와주셨어."
"그래?"
미유키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쿠라모치가 벌레와 다른 충사들과 세상 일에 대해 떠들기 시작하면 생각보다는 성실하게 대꾸해왔다. 듣는 데는 아직 크게 문제가 없는 모양이었다. 미유키는 아주 느리게 밥을 한 술을 떠 입에 넣고 노동을 하는 것처럼 씹었다. 헛손질을 하면 옆에서 후루야가 손을 잡고 젓가락을 다시 쥐어주었다. 쿠라모치는 사레 들릴 뻔한 위기를 간신히 넘기며 입 안의 음식물을 다급하게 삼켰다.
그러나 미유키 옆에 쭉 붙어있을 것 같던 후루야는 어느 순간 훌쩍 방을 떠났다. 눈짓으로 묻자 미유키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몰라. 산주인한테 갔으려나."
"산주인한테?"
"으응, 후루야는 여기 산지기 같은 거라서."
쿠라모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루야는 벌레에 대해서라면 웬만한 기록에서도 찾기 힘든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역할이라면 납득이 갔다.
"주인이 인간을 어지간히도 싫어하나보네. 그래서 벌레로 만든거야?"
"그렇다고 하더라."
"하이고. 어쩌다 저녀석이 걸렸대냐."
"이 산을 대대로 후루야네 가문에서 관리했다나봐."
산은 후루야 가의 소유였다. 가주들은 대대로 마을 사람들이 산에서 나무를 베고 약초를 캐는 걸 막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광맥이 이동해 산 밑에 자리잡았다. 산 주인이 오고 산에 정기가 차기 시작했다. 양친은 벌레를 보는 체질이 아니었지만 조부는 어렸을 때부터 후루야에게 몇몇 벌레들의 이름과 성질을 가르쳐주곤 했다. 벌레들은 당시 산을 관리하던 후루야의 조부가 아니라 후루야를 연회에 초대했다. 그리고 산지기인 조부에게 산의 정언을 전달할 것을 요구했다. 신의 전령이라면 미유키가 아니라 후루야였던 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마을에 벌레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대."
후루야는 미유키를 만나기 전까지 벌레들이 부여한 임무를 지키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과 한 마디 이야기도 못하는 채로 외톨이가 되어 있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다시 산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 무렵 마을에선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놀러 나갔던 아이들이 화를 입는 일이 잦았다. 하나 둘 마을을 뜨는 사람이 생겼다. 실상 충사만 있었어도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였다. 산주인이 근처에 있을 때는 산에 올라오지 말 것. 벌레가 유난히 많거나 정기가 센 날은 또한 산에 발을 들이지 말 것. 미유키가 이곳에 머무르며 산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날을 알려주고 마을까지 내려온 벌레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자 땅도 사람들도 이전처럼 돌아왔다. 표면적인 이야기는 그랬다. 미유키가 한 곳에 눌러앉게 된 건 주민들의 고통이 안쓰러워서가 아니었다. 그럴 거라면 기회는 수도 없이 많았다. 은인이시니 겨울이 갈 때까지만이라도 머물다 가시라고 잡을 때도, 사와무라가 더 가르쳐달라며 붙잡았을 때도 미유키는 벌레가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떠도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결국 그를 멈춘 게 벌레인 후루야라는 사실이 우습다. 쿠라모치가 그 점을 말하자 미유키는 변명을 입에 담았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어차피 떠도는 인생 한 두 번 더 지나칠 일 없을까 싶어 쉬이 약속하고 떠날 수 있었단다. 그러나 그 주변을 찾아갈 일은 없었고, 감각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고 나서야 몇 년 만에 오게 되었다. 이제 못 올 거라는 말에 후루야가 집에서 쫓아내자 미유키는 당황했다. 후루야는 미유키가 오는 것만 기다리면서 살아왔다면서, 다시 못 올 거면 아예 오지 말지 그랬냐고 했다. 처음엔 여기 살 생각까진 없었는데……. 미유키가 어물어물 말을 흐리자 쿠라모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천하의 미유키 카즈야도 누구에게는 쩔쩔맨다.
그렇게까지 외로웠으면 사람 차별할 기력도 없겠지. 너한테만 그런다니까. 걔도 웃긴 놈이야. 툴툴거리던 쿠라모치는 미유키가 젓가락을 떨어뜨리는 걸 보고 목소리를 조금 낮추었다.
"근데 쟤 없으면 좀 위험하지 않냐."
"뭐가."
"너 하는 거."
"나 잘해."
"그러시겠지. 너 그 약 먹어라. 버리지 말고."
"네, 네, 알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쿠라모치의 방 앞에 천으로 덮인 상이 놓여있었다. 집 안은 조용했다. 쿠라모치는 끼니를 해결하고 설거지를 했다. 방을 청소하고 나니 시간이 제법 지나가 있었다. 작별인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쿠라모치는 마을에서 점심까지 해결하고 갈 수 있지 않을까 계산을 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갔다. 미유키의 표정으로 보나, 후루야와 함께 지내고 있는 모습으로 보나 걱정할 게 없을 것 같았다. 일 년 쯤 뒤에 다시 찾아와서 약을 먹었는지나 확인하면 될 일이다.
재방문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졌다. 여덟 달 남짓 만이었다. 광맥과 산주인에 관한 문제가 생겼고, 쿠라모치의 머릿속에 가장 쉬운 답은 후루야를 찾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산어귀 마을에서 봇짐을 받아 지고 산을 올랐다. 그러나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리를 크게 내어 미유키를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멋대로 집에 발을 들였다. 집안 꼴은 전보다 지저분했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정도라고 볼 수는 없었다. 쿠라모치는 무턱대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해가 저물 무렵이 되고서야 미유키와 후루야가 모습을 보였다. 쿠라모치는 반쯤 일어나며 반기려 했다가 그대로 굳었다. 미유키는 후루야의 손을 잡고 후루야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천히 한 걸음씩만 옮겼다. 둘은 어설프게 한참을 걸어서 앞마당을 가로질렀다. 후루야가 쿠라모치를 쳐다보고 나서야 미유키가 쿠라모치를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의아한 얼굴이었다.
"뭐가 있니?"
"뭐가 있긴 뭐가 있어. 나 왔다."
쿠라모치는 간신히 대답했다. 미유키는 쿠라모치가 있는 방향을 가늠하듯 이리저리 쳐다보았다. 멍한 두 눈동자와 마주치자 머리를 한 대 맞기라도 한 것 같았다. 일 년 사이에 큰 변화가 없어서 여덟 달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닐 줄 알았다. 침식이 가속화되었나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기도 전에 쿠라모치는 억누른 말을 으르렁거리듯 내뱉었다.
"약 먹으랬지."
미유키가 살짝 찌푸리자 옆에서 후루야가 미유키의 소매를 끌었다. 미유키는 자세를 낮추었다. 후루야가 그의 귀에 대고 무어라고 속삭였다. 그제서야 미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라모치구나. 생각보다 빨리 왔는데."
미유키의 눈은 이제 쿠라모치 쪽 어딘가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쿠라모치 주변에 있는 벌레라도 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쿠라모치는 한숨을 쉬며 이마를 쓸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아니었다. 쿠라모치는 후루야를 쳐다보았다.
"얼마나 안 들리는 거야?"
"……소리가 난다는 것 정도는 알아요."
후루야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후루야가 한 걸음 걷자 미유키가 다시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들은 쿠라모치가 있는 곳까지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오자 미유키가 후루야를 쳐다보았다. 쿠라모치는 어떻게 하나 보자는 생각으로 끼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후루야가 그의 손을 잡는 건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반사적으로 손을 빼버렸다. 후루야는 쿠라모치가 당연한 걸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손을 내민 채 가만히 바라보았다. 쿠라모치는 결국 손을 내어주었다. 그러자 미유키의 손이 그 위를 잡아왔다.
"미안, 안 보여서."
손을 잡고 나자 미유키는 조금 더 정확하게 시선을 맞추었다. 미유키에게 보이는 것은 없으니 오로지 대화 상대를 생각한 행동이었다. 후루야가 익숙하게 손을 잡아오는 걸 봐서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굳어진 것 같았다. 쿠라모치가 한숨을 쉬었다. 못마땅한 기분은 어쩔 수 없지만 어차피 해결방법은 없었다. 약은 임시적으로 감각의 상실을 완화시켜줄 수는 있다. 그런다고 해서 매 시간 약에 의존할 수도 없다. 결국 후루야와 같이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서 나름대로의 대안을 내놓은 이 편이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
"후루야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네녀석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후루야가 그대로 다시 읊고 나자 미유키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말할 게 있으면 후루야한테 말해. 나한테 말해도 두 배로 늦어지니까."
그리고서 뭐가 즐거운지 실없이 웃었다. 후루야가 미유키를 올려다보자 미유키는 쿠라모치의 손을 잡지 않은 쪽으로 후루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손 끝에서 사락사락 흩어져 내렸다. 미유키는 쿠라모치의 손을 거의 얹듯이 잡은 것과 달리 제대로 후루야의 머리카락을 쥐고 훑어내렸다. 쿠라모치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이 꼴을 보면서 이해해줘야 한다니."
후루야는 말을 옮기지 않았다. 쿠라모치는 후루야를 흘겨보고 잡힌 손을 빼냈다. 허공에서 흔들리는 미유키의 팔을 후루야가 잡아주었다.
쿠라모치는 엉망인 집 안을 정리했다. 후루야에게서 구하던 답은 들을 수 있었으니 일일 가사노동의 값 정도는 받은 셈이다. 후루야는 미유키 옆에 앉아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쿠라모치를 시선으로 쫓아다녔다. 종종 미유키가 후루야가 보는 쪽을 따라서 쿠라모치를 쳐다보았는데, 그게 영 소름이 끼쳐 쿠라모치는 일부러 둘을 등지고 이불을 걷어내었다. 마을 사람들이 보내준 짐을 열어보니 쌀죽과 감주 등 가공된 것들만 들어 있었다. 사정을 알고 신경을 쓴 걸 보아 이 상황에서도 마을 사람들과 만나는 것 같았다. 쿠라모치는 후루야가 당연하다는 듯 사람들의 손을 잡고, 미유키에게 말을 옮겨주고, 한 걸음 제대로 걸을 때까지 기다려 다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생각하고 조금 웃었다. 후루야가 얼굴도 안 보여주던 시절에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
과연 미유키와는 길게 이야기하기 힘들었다. 미유키는 이제 후루야의 목소리만 듣고, 후루야만 볼 수 있었다. 사람과 비슷한 존재로 한정한다면 그렇다. 짧은 대화 중에서 그 세계는 어떻냐고 묻자 미유키는 생각보다 재밌는 곳이라고 했다. 원래도 인간보다 벌레에 관심이 많지 않을까 의심이 갈 정도였는데, 그는 이제 온통 어둠인 가운데 벌레들만 빛나는 세상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다. 와중에 자기 목소리는 들려서 다행이라고. 그래서인지 쿠라모치의 목소리가 안 들려도 대답은 그럭저럭 길게 했다. 눈에 띄는 건 말수가 배로 많아진 듯한 후루야였다. 후루야는 들리지 않는 다른 목소리들을 대신하겠다는 것처럼 끊임없이 미유키에게 속살거렸다. 후루야가 귀에 입을 붙이고 무어라고 말을 할 때마다 멍하게 굳어있던 미유키의 표정이 웃음에서 의아함으로, 다시 웃음으로 흘렀다. 미유키가 엉성하게나마 제 쪽을 보고 말을 할 때에도 꼭 미유키가 후루야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쿠라모치는 새벽같이 몸을 일으켜 침구를 정리했다. 아침까지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쿠라모치가 떠날 준비를 끝내고 신발을 신는 사이 후루야가 급하게 뛰어왔다. 그는 후루야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신 뒷축에 손가락을 끼웠다.
"미유키는 어쩌고."
"…자요."
"그래. 일어나면 나 갔다고 전해주고."
쿠라모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몇 걸음 걷자 후루야가 뒤따라왔다. 신경 쓰지 않고 이대로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등 뒤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이 따가워서 결국 돌아보았다.
"왜. 할 말 있어?"
"저기……"
쿠라모치는 벌레가 그렇게까지 간절한 표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후루야는 끊임없이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들어주세요. 쿠라모치는 이 녀석이 없으면 가만히 앉아있다가 굶어서 죽을 운명인 미유키를 생각해서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렇다고 따뜻하게 달래거나 눈을 맞추어준 것은 아니다. 후루야는 목을 가다듬고(벌레가 하기에는 충분히 이상한 행동이었다) 나서 입을 열었다.
"벌레는 어떻게 죽어요?"
"뭐? 어떻게 죽긴. 살 만큼 살면 죽지. 양분을 못 얻어서 죽기도 하고...... 뭘 묻고 싶은거야?"
"저, 벌레가 된 사람은……,"
쿠라모치는 그제서야 이 백 살 넘게 먹은 소년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했다.
"몰라. 죽는 건 내가 알기론 목격된 적이 없어. 너 그건 왜,"
"미유키는,"
후루야가 미유키를 어떻게 부르는지 처음 듣는 것이었다. 후루야가 미유키를 어떤 대상으로 지칭한 일이 없었던 탓이었다. 후루야와 미유키 없이 말해본 적이 없기는 했다.
"점점 더 오래 자요."
쿠라모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몸이 약해져서… 미유키는 인간이니까……."
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후루야는 되려 말하는 게 힘들었을 뿐이라는 듯 다시 침착해졌다. 미유키가 쇠약해지는 건 오래 전부터 추측했던 터라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미유키를 걱정할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미유키야 이렇게 살다 죽으면 그만이지만 후루야는 혼자 남겨져야 한다. 쿠라모치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었다. 이 둘 사이에 껴서 머리만 세는 것 같았다.
"네가 걱정할 만큼 빨리 죽지는 않을 거야. 고집만 드럽게 세서, 너 남겨두고 죽는다고 하면 악으로 버틸걸."
후루야는 여전히 꾸물거리며 쿠라모치를 쳐다보았다. 쿠라모치는 미유키가 자주 그러듯이 후루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생각보다 현실적인 감촉이었다.
"괜찮을거야. 저 한심한 놈 잘 챙겨줘라."
그는 뒤돌아 앞마당을 빠져나왔다. 후루야가 지켜보고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성큼성큼 걸었다. 가옥이 보일 듯 말 듯한 지점까지 내려와 온 길을 돌아보자 후루야는 그 자리에 없었다. 쿠라모치는 시름을 털어내듯 고개를 흔들고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밟히는 풀잎에 축축하게 이슬이 맺혀 있었다. 다시는 찾아오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또 한 해 뒤에는, 그리고 그 뒤에는 어떻게 살게 될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마을까지 내려오자 일하던 사람들이 잠시 손을 멈추고 그에게 인사를 했다. 쿠라모치는 짧게 답례했다. 어제 봇짐을 안겨주었던 농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잘 지내시던가요?"
쿠라모치는 선선히 대답했다.
"잘 지내겠죠."
어느 산촌을 지나갈 때였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나무 밑으로 피신했다. 지나가던 상인들도 발이 묶였다. 그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지나온 마을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저 산 너머에 있는 마을에서는 흉년 때마다 풍작이 들고, 그 대가로 마을 사람 한 명의 목숨이 거둬진다고 했다. 저도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시작한 담소는 그렇게 괴담을 나누는 장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눈이 내리면 소리가 먹히는 마을 이야기,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 영혼이 빠져나간 총각 이야기. 그들에게야 귀신의 장난이겠지만 충사인 쿠라모치가 듣기에는 전부 벌레가 엮인 사건들일 뿐이었다. 쿠라모치는 담배를 꺼냈다. 습기 때문에 불이 붙다 말다 했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산 속에서 해가 져버렸는데, 어쩌겠어요 길도 안 보이고. 막막하고 무서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있는데 발소리가 들려 얼어붙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고들 해서 영락없이 멧돼지인 줄로만 알았지요. 그런데 멧돼지가 아니라 사람인 거야. 길을 잃었으면 하룻밤 재워줄 터이니 따라오랍디다. 그리고는 제 손을 쥐더니 한 걸음씩 아주 느리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 치 앞도 안 보여서 손이 이끄는 대로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자는 등불도 없는데 느리긴 해도 헛걸음도 없이 잘도 걷더라고요. 그 사람 집이라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는 이 사람이 날 살리는구나 고맙기만 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집 안에도 불빛이 하나도 없더라고. 정신 없는 와중에 어떻게 방에 기어들어가서 잤어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집은 비어있고, 어젯밤을 생각해보니 영 기이해서 소름이 안 끼치겠어요. 허둥지둥 나와서 보이는 마을로 달려갔지. 산에서 내려오니까 마을 사람들 표정이 영 안 좋은 겁니다. 함부로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안 그래도 혼쭐이 나고 왔다며 전날 밤 이야기를 했지요. 그랬더니, 내가 산신이 깃든 사람을 만난거래요. 그 사람은 산신의 말만 듣고 산신이 가르쳐주는 것만 알아서 인간의 것은 보지도 듣지도 못한답니다. 걸을 때는 신이 옆으로 한 걸음 걸어라, 하면 한 걸음 걷고, 오른쪽으로 꺾어라, 하면 오른쪽으로 꺾는다고요. 그 사람이랑 대화를 하려면 짧게 끊어서 천천히 말해야 한대요. 신이 남자 귀에 붙어서 말을 옮겨주는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하하, 저도 웃기다고 했죠. 이렇게 큰 산에 사는 신이 그런 사소한 일을 하겠냐 했더니 글쎄, 사람들이 절 비난하는 겁니다. 그 남자가 산을 지켜주기 때문에 산신이 그를 지켜준다나요. 그러면서 산신님 잘 모셔달라고 그 남자가 드나든다는 길목에다가 온갖 음식을 다 갖다 바치더라고.
조용히 듣던 상인들은 사람들이 별 이야기를 다 만들어서 믿는다며 킬킬거렸다. 쿠라모치는 드디어 불이 붙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었다. 잘 살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