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천황의 혼례




화풍 요괴담
텐구x수행승
새벽에 꿈으로 꾼 부분...
저 앞뒤로 에피소드 5~6개쯤 되는 요마 사건 추리극이 들어간 툭닥툭닥 혐관버디물을 찍은 상태에서 저 전개가 되어야 재미있을거라는 점이... 아쉽네요...
인간 = 인간
사람 = 인간, 요괴, 신선, 어쨌든 이족보행인간형생명체
의미로 썼습니다...




그러니까,

“재미있는 소문이 들려오더구나.”

이 인간과 엮이면 일이 복잡해진다. 센도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깃털뿌리가 얼얼해질 정도로 몸이 바짝 긴장된다.
하지만 그러한 기색은 조금도 드러내지 않은 채로, 센도는 등을 곧게 세웠다. 예의 그 재미있는 소문이란 무엇인지야 이미 뻔히 알고 있었으므로 구태여 의문을 가장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굳이 센도가 그러지 않더라도, 센도 옆에 나란히 앉은 인간이 의문 가득한 눈으로 대텐구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남을 안달복달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대텐구의 성격 상, 둘 중 하나라도 저런 호기심을 띄우지 않았다면 이야기를 복잡하게 질질 끌었을테니 센도로서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성질 고약한 늙은이는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을 가만 두고 볼 만큼 관대하지도 않아서, 저 쪽이 시큰둥한 표정이라면 센도가 열과 성을 다해서 진짜같은 호기심을 연기했어야 할 것이다.
입이야 목석같이 꾹 닫혀 있지만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듯이 저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만족을 느꼈는지, 대텐구가 슬쩍 심술궂은 미소를 지었다. 괜히 장죽을 물고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푸우, 하고 연기를 토해내면서 대텐구는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귀공이 우리 쿠라마산의 까마귀 중 하나와 월하의 연을 맺었다고.”

센도 옆자리에 앉아있던 인간, 루카와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아무데서나 머리만 대면 곧장 잠들기 일쑤에 고양이만 보면 일단 쭈구리고 앉아서 쪼쪼쪼 하고 손을 내미는 꼴을 보면 영 맹탕 같지만, 루카와는 수도에서도 호법으로 이름을 날린 수행승이다. 가끔은 요괴인 센도보다도 더 짐승같은 감으로 위기를 감지하기도 했다. 대텐구의 저 말이 단순히 젊은이의 상열지사를 놀리는 것이 아님을 바로 알아차린 루카와가 빠르게 대텐구 주변의 기색을 살폈다.
어차피 대텐구가 마음먹고 몸을 움직인다면 센도나 루카와의 몸 따위야 곧바로 속박당할 것이다. 하지만 구색을 맞추는 것을 좋아하는 할아범이니 이 자리에서 역심을 밝혀내고 센도를 숙청할 셈이라면 그에 맞는 역할을 할 카라스텐구 서넛은 더 불러들였을 터였다. 다행스럽게도 대텐구 등 뒤의 병풍 쪽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태연한 척 하지만 바짝 긴장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흥미로운 듯이 구경하면서, 대텐구가 끌끌 웃었다.

“어떤가. 그게 사실인가?”

둘 모두에게 향하는 질문이었다. 둘의 입술이 동시에 열렸다.

“그런 거 아닙니다.”
“맞아요.”

센도와 루카와의 시선이 순간 마주쳤다. 이 멍청이, 하는 단어가 무슨 신묘한 술법을 쓴 것도 아닐텐데 서로의 머릿속에서 동시에 울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빠르게 시선을 교환한 두 사람이 다시 고개를 급히 대텐구 쪽으로 돌렸다.

“사실은 맞아요.”
“아, 아니에요. 그런 관계.”

아, 너는 정말 이 이상 입을 열지 마라. 센도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거짓말에는 소질도 재능도 없으면서 일단 말을 어긋나게 던져버렸으면 그 수습을 얌전히 센도에게 맡길 것이지, 루카와가 고집스럽게 말을 더 보태었다가 일이 두 배로 꼬여버렸다. 평소에 제가 내킬 때가 아니면 입을 꾹 닫고 말하는 것은 모조리 센도에게 떠넘겨버리던 무뚝뚝한 녀석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표정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내심으로 허둥지둥하고 있을 루카와의 기색이 바로 옆에서 느껴졌다.
흐음, 하고 다시 장죽을 입에 물었던 대텐구가 뻐끔거리고 숨을 내뱉었다. 자못 재미있다는 듯이 몸을 이쪽으로 기울이자 거대한 그림자가 따라서 움직인다. 등불같은 눈동자가 둘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면서 훑었다.

“어느 놈이 처음에 거짓말을 했지?”

루카와의 손이 움찔했다. 반사적으로 번쩍 들어 올리려고 한 오른손목이 어느새 센도의 왼손에 꽉 붙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센도가 제 오른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접니다.”
“왜.”

저 영감은 저도 마도에 떨어질 요괴 주제에, 이따금 저렇게 정파리경 흉내를 내는 것이 꼴사납다는 것을 스스로는 모르는 것인가. 센도는 쓰게 웃음을 삼켰다. 아마 대텐구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요마의 세계에서 참과 거짓이란 큰 의미도 없으며, 자신을 어설프게 속이려드는 자에 대한 대텐구의 분노는 정의감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저 짓이 재미있어 견딜 수 없으니까 못 그만두는 것이겠지.

“피차간에 연심은 분명히 있었습니다만 아직 정식으로 청혼하기 전이었거든요.”

그러니 이렇게, 명백한 거짓을 참으로 만들 만한 재주가 있거나 근성이 있다면 기꺼이 속아 넘어가주는 것이다. 어설프게 속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속여넘길 수 있다면 대텐구 앞에서는 검정도 하양이 된다.
어차피 쌍방의 말이 다른 이상, 하나가 거짓을 고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말주변 없는 루카와를 감히 쿠라마산의 승정방 앞에서 거짓말을 읊은 인간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보다는 센도가 그 죄를 가져가는 쪽이 가볍게 끝난다.

“그런데 방금 하문 하신 것으로 사이가 공인되어버렸으니, 제 말이 거짓이 되어버렸네요.”

권속인 센도의 죄는 결국 그 주인인 대텐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주인을 속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 주인이 젊은이 둘을 괜히 들쑤시는 바람에 졸지에 거짓을 고한 꼴이 되어버렸다는 센도의 말에 대텐구가 심술궂은 미소를 지었다. 센도의 기민함은 마음에 들지만, 동시에 그 기민한 대응에 호승심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대텐구는 입가의 주름을 짓궂게 꿈틀거리면서 센도에게 고개를 기우뚱 기울였다.

“그럼 조만간 청혼할 생각이었단 말이군?”
“그렇게 되는군요.”

센도의 왼손에 꽉 붙잡힌 루카와의 손이 다시 움찔거렸다. 뭐라고 반응하고는 싶은데, 적절하게 끼어들 말이 떠오르지 않은 탓일 것이다. 미동도 없이 루카와의 손목을 꽉 잡아누른 센도는 태연하게 웃어보였다.

“일이 내 탓에 틀어졌다고 하니, 내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대신이라기에는 뭣 하지만, 사죄의 표시로 내가 중신을 서서 길일을 잡고 혼례를 주관할까 하는데.”

어차피 센도에게는 인간과 정분이 나서 요괴를 배신하는 것 같은 멋들어진 일 따위가 가능할 리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주제에. 재미있는 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까마귀의 못된 습성이 결국 주종간의 불모한 기싸움에 불을 붙이고 말았다. 본인이 직접 측근 부하의 혼사를 주관하자면 혼례식 준비부터 예물에 신혼집 마련까지 대텐구의 주머니에서 나갈 비용도 한두푼이 아닐 텐데, 굳이굳이 일을 키우고야 마는 주인의 심보에 센도의 관자놀이가 꿈틀거렸다.

“루카와 공. 귀 공의 생각은 어떠한가.”

루카와의 눈이 깜빡거렸다. 고양이를 빤히 쳐다보며 한 번 머리라도 쓰다듬어 볼 수 없을까를 궁리할 때처럼, 속눈썹이 느릿하게 내려갔다가 올라온다. 잔머리 굴릴 줄 모르는 이 정직해빠진 수행승이 생애 처음으로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센도는 끙, 하고 속으로만 한숨을 삼켰다.
도움을 구하듯이 센도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시선에 뺨이 따가울 지경이었지만, 센도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주인인 대텐구가 직접 물어본 말에 센도가 먼저 대답하거나 끼어들 수가 없다. 꿋꿋하게 정면을 보는 상태로 센도는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센도의 속도 바짝 타들어갔다. 대텐구의 성에 찰 때 까지 둘을 적당히 놀린 다음에 센도를 의심하는 수하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주는 것이 이 희극의 끝이겠거니 했는데, 아무래도 늙은이의 오기를 자극해버린 것 같았다. 영감, 이렇게까지? 목구멍 바로 앞까지 튀어나온 말을 위장으로 꾹꾹 누르면서 센도가 쓰린 속을 참고 있을 때였다. 약간 머뭇거리는, 그렇지만 또박또박한 루카와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그럼, 부, 탁합니다.”

센도는 그만 눈을 꾹 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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