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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러니까 인성형이 짜증나게 굴어서 싫어."
딱 이렇게. 태양이 겸허한 얼굴을 한 인성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원래도 하고 싶은 말 딱히 필터 없이 뱉던 (이것은 악의가 없는, 단순히 태양의 독특한 성정에서 비롯된 것) 태양은 술이 들어가자 그야말로 거칠 것 없이 말을 쏟아냈다. 숨 하나하나마다 술기운을 가득 담았으면서도 눈을 똑바로 홉뜨고는 이를 갈았다. 형이 뭐라도 되는 것마냥 그런 표정을 짓는게 나는 너무 싫고 밉고 그리고. 한참이고 말을 고르던 태양은 입을 딱 다물었다. 잠기운을 이겨보려다 테이블에 엎어진 것이다.
"형이 날 바보로 만들었어."
"알았으니까 일어나..."
"인성형이... 나를."
태양의 술버릇은 나쁘지 않았다 사실. 나쁜 건 태양의 말마따나 인성이었다. 사람 간 감정에 예민한 태양은 인성을 향한 제 감정을 빠르게 알아차렸다. 나 김인성 좋아하네. 알자마자 그냥 직진했다. 인성도 본인에게 어느 정도 이상의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았다. 새벽 한 시에 소주 뚜껑으로 곰 귀 모양 만들어서 사진 찍어줄 때 설마 했고 알바 끝나는 시간 맞춰서 데리러 오겠다는 거 듣고 확신했다.
원래 사람이라는 건 모든 걸 아는 것 같아도 말을 하지 않으면 정확히 알 수 없는 동물이라는 걸 잘 알았다. 그래서 그냥 대놓고 던졌다. 나 형 좋아. 그러니까 인성은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생각 할 시간을 좀 줘, 했다. 태양도 이해했다. 그래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오후 열한시 십일분, 태양이 알바하는 라멘 가게 앞에서의 일이었다.
오늘로 어언 두 달 째다. 인성이 대답하는 건 어물쩡 피하면서 자기한테 평소처럼 구는 좆같은 행태를 이어온 것이. 짜증나는 포인트는 그거였다. 그냥 이 고백 자체를 없던 일로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태양은 억울했다. 그냥 싫으면 싫다고 하지. 그리고 자기도 솔직히 나 좋아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태양이 무슨 말만 할라 치면 인성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자리를 피했다. 그때그때의 레파토리도 가지각색이라 이제는 우스울 지경이었다. 나 민형이랑 이따가 피씨방에서 만나기로 해가지구. 아 나 성민이랑 과제. 나...
아.
진짜...
짜증나네.
책상을 내리쳤다. 술잔과 술병 그리고 각종 식기들이 진동에 맞추어 흔들렸다.
형은 진짜 나를, 개병신으로 보는 것 같어.......
그리고 곧바로 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