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쓸 생각이 없었던 속편입니다. 시리즈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뇌절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청승 떠는 내용은... ㅋㅋㅋ
그런데 왜 굳이 또 뇌절을 택했는가. 이 시리즈의 두 사람으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보고싶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딘지 아시겠나요? 이어폰을 나눠 끼고 열여덟 센도의 목소리를 듣는 장면이었습니다.
"들리고 들렸다."는 비문이거나 반복이죠. 근데 센루하는 사람들에게는 두 문장을 합친 것으로 자연스레 읽히지 않을까 하는 실험을 해 봤습니다. 들렸어. 들렸구나. 아니었다면 실패한 걸로...☆
제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조르주 페렉이 이런 얘길 했었는데요. "작가로서의 내 욕심은 이 시대 가능한 모든 문학 장르를 두루 써 보는 것이고 두 번 다시 같은 방식으로 작품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까지 원대한 글쓰기 원칙(?)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가급적이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체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저에겐 거대한 알고리즘 표가 하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작 축에서 센도가 농구를 계속 한다(미국 간다/안 간다), 안 한다(자발적/타의적), 루카와가 농구를 계속 한다(미국 간다/안 간다), 안 한다(자발적/타의적)... 뭐 이렇게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요.
그 중에 한 번도 안 써봤던 루트인 센도가 농구로 루카와를 뒤쫓아가는(!) 전개를 붙여 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AU 또는 원작 이후 시점을 상상해서 날조할 때에 원작의 관계나 장면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와 동시에 완전히 뒤집는 것도 좋아합니다.
물론 항상 그랬듯이 농구에 관해 가장 고증을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것에 관해 고증을 신경 쓰느냐. 그렇진 않습니다. 그래도 센도가 NBA에 간 루트 자체는 실존 일본인 선수 케이스를 보고 오마주했습니다. 일본 농구 국대 황금기에 국제 대회에서 활약하여 다른 대륙 리그를 거쳐 NBA에 간 케이스였고 이름은 까먹었습니다... 일본 농구 국대에 대해 구글링 하다가 봤습니다.
정말 심하게 청승을 떨어서 좀 민망합니다. 왠지 이 시리즈의 두 사람은 다시 만나는 것도 만나지 않는 것도 상상을 안 해봐서... 이미 트랙 세븐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줬기 때문에... 그럼에도 오직 한 장면을 보고 싶어서 앞뒤 내용을 길게 늘이다보니 청승의 연속이 되었습니다. 힝
오타쿠는 타다이마 오카에리에 끝없이 집착하는 존재이지요. 하필 서른 쓰고 얼마 안 돼서 쓴 거라 더 그럴지도 모릅니다. 자가복제 안 하고 싶다더니... 그치만 재회를 상상할 때마다 더 적절한 인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다른 좋은 인사 아시면 추천 부탁 드립니다(?)
가장 사랑 받은 시리즈인데 괜한 사족을 덧붙여서 약간 후회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가 보고 싶은 장면은 무조건 써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받아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