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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이 처음 죽었을 때 김인성은 집에서 하루를 꼬박 울었다. 이재윤은 김인성의 옆에 멀쩡히 앉아 등을 두드려준다. 인성이형 나 여기 잘 살아 있는데. 하지만 김인성은 이런 이야기 같은 건 어릴 때 따라갔던 교회에서밖에 못 들어봤다. 눈 앞에서 죽은 사람이 다음 날 부활해서 돌아왔다는 거...
재, 흐윽, 재윤이 죽었는데. 어제.
아니 형 그럼 내가 이재윤 아니면 누군데.
흑, 끄흑, 귀신?
이재윤이 소방관이라는 것만 짚고 넘어간다. 직업이 무엇인지 알고 사귀었으므로 할 말은 없었다. 혹시 너도 소방관 달력 찍은 적 있어 물어볼 때만 해도 즐거웠고 이재윤이 빨개진 얼굴로 재작년 찍었다던 8월 달력을 보여주었을 때는 흥분했다. 지금도 그대로인지 확인해볼까? 목소리를 음흉하게 깔고 유치하게 상의를 들어 올렸다. 아! 인성이형, 아... 이재윤은 키득키득 웃으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그런 즐거운 연애.
하지만 끝을 생각하고 연애하는 사람은 없잖아. 1년 2개월 차 연애 중 이재윤이 처음으로 죽었을 때 김인성은 패닉에 빠졌다. 분위기가 빡빡한 회사에서 기어이 반차 쓰고 그대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김인성이 쉽게 당황하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고 심지어 김인성마저도 인정했으나 누구에게든 예외가 있는 법이다. 김인성에게 있어 이재윤은 역린이라기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 아침에 눈을 떠 같이 밥을 먹고 퇴근하면 영화를 같이 보다 가끔 섹스하던. 그런 이재윤이 일상에서 도려내어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김인성을 흔들기 충분했다.
돌아온 이재윤에게서는 탄 냄새가 난다. 몇 번을 씻고 또 씻겨도 그랬다. 재윤도 고개를 저었다. 냄새가 안 없어지는데. 하지만 재윤의 목소리에 배어있는 억양은 그대로이다. 김인성이 아는 이재윤 그대로. 김인성은 이재윤을 끌어안고 다시 울었다.
형 이렇게 눈물이 많았나.
네가 없는데 어떡해.
지금 있잖아.
없었잖아...
눈물이 멈추지 않는 인성을 보고 기어이 재윤도 당황했다. 인성이형 울, 아, 눈물 닦아봐... 재윤이 몸을 빼서 휴지를 가져다주려고 했는데 인성은 재윤을 놓아주지 않았다. 엉거주춤 안은 채로 같이 이동한다. 웃긴 장면이었는데 인성은 자각을 못 했고 재윤은 통 이 분위기에서 웃을 수가 없었다. 퉁퉁 부은 눈으로 인성은 말한다.
가지 마.
사실 정말로 말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어떻게 살아 돌아왔어? 나는 너의 차가운 몸을 보았는데... 그렇지만 묻는 순간 재윤이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 같았다. 인성은 괜히 상처를 들쑤시는 타입이 아니었다. 또한 재윤도 그런 인성을 부추기는 타입이 아니니까. 재윤이 휴지를 건네 주자 인성이 민망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렇게 울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 재윤은 대답하는 대신 인성을 껴안아주었다.
재윤이 두 번째 죽은 날 밤, 인성은 유서를 쓰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지나가듯이 말했지만 사실은 부탁에 가까웠다. 뭘 그런 걸 쓰냐고 할 줄 알았는데 재윤은 진지하게 종이와 모나미 볼펜을 가져왔다. 인성은 재윤과 멀찍이 떨어진 침대에 누워, 두툼한 손이 한참동안 글씨를 적어내리는 것을 지켜본다. 절대 저 글을 볼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재윤의 침대 밑 유서를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인성이형
형은 내 하나뿐인 소울메이트니까
언젠가는 전부 설명해주고 싶어
기다려줄수 있어?
그렇게 길게 고민하고 적은게 겨우 네 줄이라니. 인성은 우는 대신 웃었다. 그러면 재윤이 또 전처럼 돌아올 것 같았다. 정말로 재윤은 하루만에 금방 돌아왔다. 탄 냄새가 나는 몸으로 인성을 껴안아주며 기다렸지, 한 마디 했다. 그 때부터는 재윤이 한참 돌아오지 않아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형 나는 있잖아. 만약 형이 나처럼 그랬으면 나 진짜 힘들었을 것 같아. 나는 원래 생각이 좀... 많으니까.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터지면 형이 나 못 찾을 것 같은데, 아, 어떡하지.
난 너 찾지이.
아아앙.
찰싹 달라 붙어있다가 그윽하게 바라본다. 뜨끈한 몸과 열렬한 눈빛. 인성이 입꼬리를 올리자 재윤이 몸으로 밀어 붙였다. 소파에 누워있던 두 사람이 끈적끈적하게 녹아 들러붙는다. 살 어디에 얼굴을 묻어도 탄 냄새가 올라온다. 인성이 목이 졸린 듯 뚝뚝 끊기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재윤아, 너 너무, 이상해. 뜨거워. 재윤은 한참 정신이 없었는지 더티 토크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충실하게 역할 수행을 했다. 형 그럼 좋은 거 아이가... 인성의 목에 입술이 몇 번이고 부딪혀왔다. 살이 타는 느낌에 눈물이 찔끔 났다.
꼬박 8번 이재윤이 죽었을 때에는 겁이 더럭 났다. 한 번만 더 죽으면 정말 이재윤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근거는 없었지만 인성의 재윤에 대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출근 시간대. 인성은 양말을 신느라 분주한 재윤을 멍하니 쳐다보며 말한다.
가지 마 재윤아.
형.
안 가면 안 돼?
인성이형 이런 모습 나 진짜 처음 본다.
나 원래 눈물도 없고 남한테 가지 말라는 소리도 안 해. 재윤이 너한테만 해. 알잖아.
......
나 기다리는 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