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세계 스핀/추가/후기

스핀 주셨는데 스포가 될까 답 못 드린 것들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개인적인 후기도 좀 섞어서 쓸게요. 숀쿨의 관계에 대한 얘기는 글에서 다 써서 할 말이 없고 곁가지들이 될 거 같아요.

*가장 많이 질문 주셨던 12편. 사실 전 의아했어요. 너무 허접한 복선이라 다 아실 줄 알았음; 근데 또 정병에 미치는 여러분 보니까 또 즐거웠습니다... 우아한 세계는 결말이 완전 정해져 있어서 완결까지 미리 다 써둔 상태였어요. 결말을 리쿠의 죽음으로 내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그건 제 의도랑 어긋나더라고요. 숀쿨의 '우아한 세계'가 되려면 꼭 해피 엔딩으로 끝내야 했어요. 반어법같은 제목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전 새드엔딩 매니아인데 이것 만큼은 해피 엔딩이어야 했습니다.

*리쿠를 대신한 시체가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완결편에도 나오지만 리쿠 처음 치과 가는 씬이랑 비교하시면 더 확실해요. 리쿠 치료 전에 누가 왔게요?

*강신혜가 이중 스파이였다는 건 글 초반에도 나오는데요. 미술관 가는 씬, 13편등을 보시면 알 수 있어요.

*김선재 부장은 시온이가 전략실에 심어 둔 첩자가 맞고요, (=전략실 1팀장) 오세라와 이야기 나누는 장면에서 말한 하와이 별장으로 간 게 맞습니다. 리쿠가 납치된 곳이 시온이가 집 샀다고 한 데가 맞냐고 물어보신 분 계셨는데 맞습니다. 이건 아실 줄 몰랐는데 눈썰미 나이스.

*감정이 몰아칠 때마다 비가 옵니다. 그냥 비 아니고 폭우가 내려요. 리쿠가 마음을 깨닫고 처음 키스할 때, 오요한에게서 도망갔을 때, 시온이가 리쿠를 구해낼 때. 감정의 변화를 좀 극적으로 나타내고 싶었어요.

*우아한 세계는 주제가 명확하거든요. 딱 세 개예요. 진짜와 가짜 중 누가 살아남을 건가. 선택할 수 있는 입장과 그럴 수 없는 입장은 어떻게 다른가. 입장 차이가 명확하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주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둘의 신분 설정을 완전히 반대의 입장으로 철저하게 다르게 짰고요. 오요한이라는 모브가 꼭 필요했어요. 불교와 기독교도 일부러 집어 넣었고요. 결말만 놓고 보면 가짜는 진짜를 이길 수 없고 숀쿨은 모든 걸 선택할 수 있고 사랑으로 극복한 결말... 이 되겠네요. 왜 점점점이냐면 이렇게 제가 해석하고 있는 게 웃겨서요. 거창해보이지만 뜯어보면 진짜 단순해서.

*진짜와 가짜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해볼게요. 겉으로 보이는 대립은 시온이와 오요한이지만 리쿠와 이모, 엄마도 이 주제에 끼어 있어요. 중간에 있으면서도 양쪽을 오가요. 진짜가 진짜인 이유는 구구절절 글에 설명 다 해놨고요. 자신의 삶을 얼마나 열망하고 사랑하는지에 따라서 유카리와 아유미의 입장이 달라지게 돼요. 가짜라고 하는 유카리는 진짜 자신을 지키기 위해(진짜에게 모든 걸 돌려주기 위해) 자살했고 진짜인 아유미는 다 내팽개치고 자기 목숨조차 소중히 여기지 않은 탐욕과 주제를 넘는 가짜의 삶을 살다 가짜 손에 죽었고요. 이런 입장의 반전도 쓰고 싶었기 때문에 이모 서사가 들어갔어요. 리쿠는 딱 중간이에요. 주체적인 욕망과 의지가 있지만 명확하게 한계를 그어두고 본인을 가둬놨거든요. 시온이와 함께 하며 금기를 다 깨부수고 한층 더 높은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면서 진짜로 완전해지게되는 거예요.

*리쿠의 금기는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안전장치같은 거였어요. 리쿠가 살아남기 위해 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그어둔 것들. 그래서 첫 화부터 사과가 나오고 중간에도 나오고막 화까지 사과가 나옵니다. 처음에 사과가 굴러오는 건 다짐과 금기가 리쿠 삶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걸 암시하고 싶었고 마지막에 사과 먹는 건 완전히 금기를 깼다는 걸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첫 키스씬에서도 사과가 나옵니다. 썩은 사과가 있었잖아요. 금기가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으로 넣었습니다.

*시온이 캐릭터를 쓰는 게 많이 어려웠어요. 사랑 그게 몬데...xx 그래서 걍 저희 강아지를 만난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마음에 무언가 묵직하게 돌이 뚝 떨어지는 느낌, 설명할 수 없고 생소한 감정이 막 들이차서 이게 어떤 마음인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얘를 보고 있으면 슬픈데 기쁘고 짜증나는데 행복이 더 커요. 그런 감정들을 긁어 모으고 살을 붙여서 시온이 감정선을 짰습니다.

*원래는 더 긴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었어요. 정미주와의 갈등도 넣고 싶었고 동복 남매인 오세라와의 갈등도 넣어서 더 내용을 꼬고 싶었어요. 생각해보니 리쿠가 도망가고 시온이가 더 집착하고 감금하는 플롯도 짰네요. 정병 구간이 좀 더 많았고 그만큼 자극적인 장면도 좀 더 넣으려다가 안 어울리는 거 같아서 다 잘랐어요. 더 넣으니까 글이 안 그래도 지저분한데 싼 티가 나더라고요. 몇 개는 살려놨는데 다른 글에 쓸 거예요.

*조연들이 입체적이라고 하신 분 계셨는데 그 부분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거대하게는 숀쿨의 우아한 세계지만 각자의 세계가 있고, 얼마나 우아해지는 지는 본인들이 하기에 달렸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는 조연 1,2로 가볍게 쓰고 싶지 않았어요. 글쓴이 입장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강신혜입니다. 속물적이지만 그만큼 솔직하고 능력도 있고요. 한 번 삐끗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틈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원래의 시온이라면 그런 강신혜의 실수, 그러니까 일부러 이모의 비디오를 보여준 강신혜를 용서하지 않았을 거예요. 효용성으로 사람을 판단하니까 가차없이 윤사장한테 보냈을 듯. 그렇지만 리쿠를 사랑하는 시온이는 더는 그렇게 사람을 구분하지 않거든요. 좀 더 너그러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이것도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온이의 관용을 리쿠에게만 한정시킬 것인가 성격 갱생을 시킬 것인가. 운명이 바뀌었으니 조금 더 사람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두 번째로 골랐어요. 물론 조금 관용이 생긴 거고 남한테 가차 없는 성격과 말 싸가지는 거의 그대로입니다. 리쿠한테만 무제한 관용이에요.

*피가 불결하다고 헌혈하러 간다고 한 건 실제로 들은 말입니다. 너무 인상 깊은 개또라이 발언이라... 허락받고 대사로 차용했어요.

*숀쿨의 우아한 세계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다 보여드렸기 때문에 외전은 쓸 게 없어요. 그렇지만 팀sk로서 절 미치게 하는 떡밥 나오면 또 모르죠. 정병 on 돼서 홀린 듯이 쓸 듯.

*숀쿨의 이후를 좀 상상 해봤는데 리쿠가 가끔 회사에 서프라이즈로 놀러가서 시온이 놀래켜줄 거 같아요. 자기라는 애칭이 입에 붙는 날도 올 거 같고요. 강신혜랑은 여전히 사이가 안 좋을 것 같아요. 정미주는 리쿠 한 번 불러서 애 긴장시킬 거 같구, 오준환은 오히려 깨어있는 인간이라 리쿠 마음에 들어할 듯.

*글 빨리 쓴다고 해주셨는데 제 유일한 장기입니다. 보통 삘 받으면 하루에 만 자 쓰고 안 받아도 삼 천자는 쓰는 거 같아요. 여러분이 좋아해주시니까 더 신나서 빨리 쓴 것도 있어요.

*음악 뭐 듣냐는 디엠을 주셨는데 제가 실수로 삭제해서ㅠㅠ 여기 적어둘게요. 딱 정해두고 들은 건 없고요, 그때마다 끌리는 걸로 들었습니다. 아래 노래들은 제가 가장 많이 들은 거라 적습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Deja Vu ●로제-number one girl ●Gotye-Somebody That I Used To Know ●Childish Gambino-Redbone ●Chet Baker-Everything Happens To Me

이것저것 말이 많았는데 결국 sk 짱이라는 뜻입니다.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일일이 댓글은 못 달지만 항상 감사하게 보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해요. 어떤 분이 본인이 행복한 만큼 저도 행복하길 바란다고 해주셨는데 솔직히 그거 보고 약간 울컥했네요. 저는 반드시 행복해질 테니까요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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