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 set, HUT!!
ㅤ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ㅤ노조미 마도카는 앨라배마 대학 풋볼팀 크림슨 타이드의 백업 쿼터백이다. 그가 백업인 이유는 크림슨 타이드의 현 큐비가 아직 현역인 데다 실력이 꽤나 괜찮기 때문이고, 프레쉬맨인 마도카가 레드셔츠를 건너뛸 만큼의 엘리트는 아니었던 탓으로 대학 리그 적응 겸 팀 분위기를 익힐 여유가 강제로 주어졌기 때문이며, 평균 6피트 3인치의 세계에서 5피트 9인치의 쿼터백이 과연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감독이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는 때문이다. 뭐, 굳이 더 이야기하자면 현재 공격팀 대부분이 현 큐비와 같은 시니어 또는 주니어이기로 이들 사이 마도카를 억지로 밀어 넣어 봤자 땀 냄새에 찌든 미트헤드들과 같잖은 신경전을 벌어야 할 테고, 하루아침에 그들 간 합이 맞을 리도 없으며, 그렇다고 공격팀 전원을 마도카에 맞추어 프레쉬맨들로 갈아 치우는 무가치한 짓은 시도할 가치조차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NIL의 도입으로 준프로급 무대가 되어 버린 대학 리그는 더 이상 프로 리그로 진출하기 전 거쳐 가는 단계가 아닌 장사판 특유의 수 싸움이 징그럽게도 굴러다녔다. 팀의 역사나 명성 명예는 뒷전이고 제 몸값에만 열을 내는 머저리들이 판을 치니 고교 리그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비록 합의 없이 감독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긴 했어도 마도카는 그가 대학 리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감독의 말에 긍정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올해 입단한 프레쉬맨 중에서는 단연 압도적인 스탯의 그가 팀에서 겉도는 이유로 그의 인상이 적잖이 사납다는 사실과 그가 동양계 태생이라는 출신 배경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었다.
ㅤ레드셔츠의 일상은 단조롭다면 단조로운 축이다. 마도카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하고, 식사를 하고, 수업을 듣고, 훈련에 참가한다. 출전만 하지 않을 뿐 훈련의 강도는 다르지 않다. 고교 리그와 비교했을 때 그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도와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전 대비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전술들을 학습하고, 암기하고, 체득될 때까지 암기한다. 쿼터백은 팀의 사령관. 필드 바깥 안전한 장소에서, 쿼터백의 귀 안에서만 시끄럽게 떠드는 감독이나 코치와는 짊어진 무게가 다르다. 명실상부 전장의 최전선. 스크리미지 라인에 선 오펜스 전원의 명운이 쿼터백 한 명의 판단에 달려 있다. 상대 팀의 전술 분석과 공략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경기에 앞서 자신이 가진 무기가 무엇이고 어떤 형태인지 적확히 아는 쿼터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팀이 수행 가능한 그리고 약속한 플레이가 수십 혹은 수백 혹은 수천 가지이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랴. 그러니 팀의 전술을 전부 머리에 입력해 두지 못한다면 그자는 그 팀의 쿼터백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마도카는 오직 그 일념만으로 크림슨 타이드의 모든 전술을 독파했다. 타고나길 명석한 두뇌다. 의욕에 노력이 더해지니 팀의 공격 코디네이터와 그 코치진들이 호의를 비치기 시작했다. 코치진이 예뻐라 하는 동안 마도카의 팀 내 입지는 자연히 따라붙었다. 몹시 탄탄했고 실로 프레쉬맨들의 구심점이 됐다. 크림슨 타이드의 감독이 눈썹을 까딱인다. 그는 마도카의 고교 시절 성적표를 다시 확인했다. 늦은 6월. 시즌 개막을 고작 3개월 앞둔 시점, 마도카는 팀 내 공격 전술 회의에서 동갑내기 프레쉬맨들과는 다른 자리를 받았다. 주전 쿼터백과 같은 라인의, 팀의 실질적 전력이 될 선수들이 앉는 자리. 감독과 코디네이터는 회의 내내 마도카의 참여를 독촉하다시피 굴었고 마도카는 착실히 응했다. 아마도 올해가 NCAA의 마지막 시즌일 시니어 큐비는 그런 마도카를 향해 놀리는 듯 익살스런 표정으로 휘파람을 샐쭉 불었다. 다만 그에게서는 마도카를 시샘한다든지, 견제한다든지 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당연했다. 시즌 도중 사고라도 당하지 않는 한 노련한 쿼터백인 그에게 팀의 모든 기회가 돌아갈 테고, 그렇다면 마도카는 (적어도 이번 시즌에는) 죽었다 깨나도 필드를 밟아볼 수 없을 것이며, 마침내 마도카가 쓸 만한 쿼터백이 되어 NCAA를 종횡할 즈음엔 그는 이미 드래프트 시장에서 팔려 모 프로 팀의 막내가 되어 있을 터였다. 마도카는 짧은 목례로 대답을 대신했다. 마초기 짙은 운동부 선배들은 종종 이런 식으로 후배를 귀여워하곤 했다. 질리게 겪어 온 지라 잘 알았다.
ㅤ180인치의 모니터 한가득 자료 화면이 뜬다. 열성적인 코디네이터가 성난 외침과 함께 화면 위로 뭔갈 덧그린다. 선수가 움직인 궤적, 틈이 난 방향과 형태, 플레이의 양상.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실수하였으며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신랄하고 날 선 비판. 일견 비난에 가까운 독설은 치부를 들추듯 참으로 매섭고 적나라하여 꼭 도살장에라도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마도카는 지급받은 태블릿으로 부지런히 메모하며 동시에 공부했다. 아직까진 남의 일이었기로 그만한 여유가 있었다.
ㅤ자료 화면이 끝없이 전환된다. 크림슨 타이드가 속해 있는 SEC를 시작으로 ACC, Big Ten, Big 12. 전부 대학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컨퍼런스들이니 소상히 체크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물론 알지만, 그럼에도 각각의 대학이며 선수들이며 경기며 그 양이 지나치게 방대했다. 하늘에 맹세코 마도카는 유능한 쿼터백으로 거듭나고자 정신력을 요하는 일에만큼은 요령 부리지 않을 요량이었으나 단시간에 방대한 정보가 몰아치니 어쩔 수 없이 어지러웠다. 코디네이터가 주시해야 한다던 선수가 조지아 불독스의 말라키였는지 미시간 울버린스의 데릭이었는지 헷갈리기 시작할 무렵, 화면이 또다시 전환됐다. 안 봐도 명문 대학의 강호 팀이겠으나 마도카는 약간의 의문을 갖고 모니터를 쳐다본다. 제가 아는 한 Power Four의 모든 대학과 내로라하는 강호 팀들을 죄 훑었는데, 아직도 눈여겨봐야 할 대학이 남아 있나? 놓친 것이 있나? 자문하며 화면의 글자들을 읽어내리는데, 아하. 마도카는 짧게 탄사를 뱉는다. 아는 이름이다. 명문 대학, 강호 팀, 전국구 단위로 형성된 거대한 팬덤과 이민자의 역사를 발판으로 드높인 명성. 어느 컨퍼런스에도 속하지 않은 채 독자적인 노선을 고집하는 행보가 일견 콧대 높고 오만하여 매년 수많은 안티들이 힐난함에도 오히려 타협하지 않는 고고함과 자본에 굴하지 않는 고결함을 내세워 전통 있는 이념 위에 뿌리 내린 자존심 강한 팀이라는 매력적인 브랜딩에 성공한 이들. 프랑스의 성십자가 수도회가 세운 캠퍼스는 콜리지 고딕 양식의 가톨릭 색채 짙은 건축물이 들어서 그 전경을 고풍스레 채우고, NBC와의 전미 독점 계약으로 매년 가을이면 미국 전역 어느 가정에서든 텔레비전을 켜는 것만으로 황금빛 헬멧에 네이비 블루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풋볼을 볼 수 있는.
ㅤ노터 데임의 파이팅 아이리시
ㅤ마도카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펜슬을 바로 쥔다. 언더독으로 출발하여 악착스레 물고 늘어진 끝에 제 손으로 그 위상을 공고히 한, 불굴의 역사를 가진 굴지의 명가. 화면 빼곡히 들어찬 이름을 찬찬히 훑어내리던 마도카의 시선이 돌연 흔들린다. 크림슨 타이드의 코치진은 이 팀이 구축해 온 유서 깊은 왕조의 광신도들로, 그들의 왕좌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수면을 반납하는 족속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날밤을 새워 가며 만든 자료이니만큼 허투루 작성되진 않았을 터. 각 대학의 로스터를 신중히 추려 개중에서도 엄선한 선수들만이 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을진대.
ㅤ디펜시브 백: 세이프티/ 요시히데 산다, 쥬이스 코지카
ㅤ노터 데임은 보수적인 학풍으로 유색 인종의 입학 비율이 낮은 편이다. 합격률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 보수적인 학교의 풋볼 팀에 동양인이, 그것도 일본인으로 두 명씩이나 있다고.
ㅤ사방에서 흘긋대는 시선이 느껴진다. 마도카는 볼드체로 강조된 두 개의 이름을 지그시 응시하며, 몸을 앞으로 기울여 주먹 위로 턱을 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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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요시히데 산다: 프리 세이프티. 고교 시절 쿼터백을 한 이력이 있어 필드를 읽는 풋볼 지능이 높고, 넓은 수비 범위와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패스 차단과 런 디펜스에 능한 클러치 플레이어.
ㅤ쥬이스 코지카: 스트롱 세이프티. 훌륭한 신체 조건과 뛰어난 반사 신경을 기반으로 박스 디펜스와 블리츠 상황에 자주 투입되며 압박 능력과 쌕 생산력이 월등하고, 태클 미스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탄탄한 기본기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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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마도카는 지난 시즌 파이팅 아이리시의 모든 경기를 찾아봤다. 마도카보다 한 살 연상의 일본인 콤비는 디펜스의 최후방, 세이프티라는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에 심심찮게 얼굴을 비쳤으며, 경기 중 해설에서도 그 이름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이목을 끈 점은 이때 당시 그들이 프레쉬맨이었다는 것으로, 막 대학에 입학한 풋내기였다는 사실이다. 시즌 초반, 수비의 최후 보루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의 포지션을 두고 감독이 도박적인 모험을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던 캐스터들이 경기가 거듭될 때마다 점점 환호성을 내지르는 광경은 실로 볼만했다. 마도카는 순순히 인정했다. 경기력이 좋았다.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시즌 평균 42 득점을 올리는 동안 상대에게 허용한 실점이라곤 고작 18점. 명실상부 리그 최상위 강팀임을 부정하지 못할 저력이다. 마도카의 태블릿에서 한바탕 광란의 외침이 터진다. 쌕! 쌕입니다! 코지카가 오라인을 완전히 따돌리며 침투합니다! 쿼터백, 피할 곳이 없어요! 그대로 잡힙니다! 쌔애액! 스냅 직후 빠르게 달려드는 세이프티. 라인맨들은 저들끼리 경합하느라 주위를 챙길 여력이 없다. 팽팽히 맞붙은 라인 사이 찰나의 빈틈, 갭으로 파고든 그가 포켓 안의 블로킹을 빙글 돌아 쿼터백을 덮쳐 짓뭉갠다. 몸통을 결박 당한 쿼터백이 공을 품에 안은 채 쓰러졌다. 휘슬을 앞질러 달려온 파이팅 아이리시의 수비수가 쓰러진 코지카를 일으켜 세우며 퉁퉁 거칠게 헬멧을 부딪힌다. 그다지 요란하지 않은 세리머니. 이어 직전 장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리플레이 된다. 뒤늦게 달려든 러닝백의 손이 아슬히 닿으려던 순간, 코지카는 유연한 동작으로 접촉을 피하며 쿼터백을 끌어안아 넘어뜨렸다. 경기가 재개된다. 써드 앤 트웬티. 오펜스에게 극히 불리한 상황이다. 짧은 패스로는 퍼스트 다운 갱신까지 필요한 야드를 채우기 어렵다. 한 번의 공격으로 20 야드 이상 전진하지 못한다면 선택지는 펀트 밖에 남지 않는다. 마도카는 딥 패스를 예상한다. 캐스터와 해설 위원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는다. Hut! 묵직한 구음과 함께 개시되는 공격. 스냅과 함께 와이드 리시버가 빠르게 내달린다. 낮고 힘찬 패스가 뒤따른다. 스크리미지 라인으로부터 20 야드를 훌쩍 넘어선 지점. 먼저 달려와 자리를 선점하고 있던 세이프티가 달려드는 리시버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고 점프로 공을 낚아채며 필드를 구른다. 떨어지는 충격을 등으로 받아낸 그가 반동을 받아 뒤로 구르며 일어선다. 공은 그의 손에 안정적으로 들려 있다. 탄식과 감탄이 뒤섞인 함성. 인터셉트! 썬더가 인터셉션을 기록합니다! 공격권이 노터 데임에게로 돌아갑니다! 썬더는 산다의 별명이다. 게임의 공수가 바뀐다. 파이팅 아이리시의 디펜스가 벤치로 복귀한다.
ㅤ마도카는 무심코 재생바를 당겼다.
ㅤ꼬박 하루를 다 보내고서야 마도카는 깨달았다. 그가 필드에 서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부터다. 코지카와 산다는 올해도 필드에 설 것이다. 다음 해, 마도카가 레드셔츠를 벗고 소포모어가 되어 (최소한) 백업 큐비로서 NCAA에 데뷔할 즈음이면 그들은 주니어가 되어 있겠지. 레드셔츠를 건너뛴 이들이니 슈퍼 시니어 따위는 영 무관한 이야기다. 현지 스포츠 매체는 그들이 프로 리그를 목표로 하지 않고 있으며, 학부를 졸업하는 대로 풋볼은 추억으로 간직하려 한다고 보도한다. 다른 문제도 있다. 노터 데임이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정말 저들 마음대로만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다. 현대 스포츠는 필연적으로 돈에 얽매여 있는 구조다. 적은 부담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노터 데임은 소속만 없을 뿐 일찍이 유명 컨퍼런스나 명문 대학들과 긴밀히 연계하고 있었는데, 마도카로서는 아주 아쉽게도 그 대상은 SEC도, 앨라배마도 아니었다. SEC 소속 대학과 노터 데임의 경기는 벌써 수년간 치러지지 않고 있다. 애석한 일이다. 바로 그 때문에, 마도카는 터스컬루사를 떠나 사우스 벤드로 왔다. 세상에 터스컬루사도 만만찮은 촌구석이었는데 사우스 벤드는 더 했다. 사우스 벤드에 비교한다면 터스컬루사는 도시라 불릴 요건이 차고 넘치는 수준이었다.
ㅤ파이팅 아이리시의 홈구장, 노터 데임 스타디움. 칠만 칠천을 수용하는 거대한 스타디움은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킥오프가 임박한 시각, 홈 팬들의 함성이 하늘을 가르고 땅을 뒤흔든다. 지진을 착각케 하는 진동 속, 마도카는 귀를 찢어발기는 드센 응원가에 휩쓸리지 않은 채 팔짱 끼고서 오직 한 개 점만을 주시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코지카와 산다. 즐거운지 방싯 웃고 있는 산다와 조금은 긴장한 기색으로 산다에게 무언갈 속삭이는 코지카.
ㅤ마도카의 눈이 가늘어진다.
ㅤ앨라배마와 노터 데임의 마지막 경기는 20세기에 치러졌다. 레귤러 시즌을 기준으로, 플레이오프와 같은 포스트 시즌을 포함한다면 비교적 최근에까지 전적이 있지만 일단 그것은 배제하고 생각키로 한다. 그 마지막 경기에서, 바로 이곳, 노터 데임 스타디움에서. 앨라배마는 노터 데임에게 37 대 6의 굴욕적인 스코어로 대패했다. 그러나 마도카는 크림슨 타이드의 일원으로서 치욕의 역사를 곱씹으려 사우스 벤드를 찾아온 건 아니었다. 마도카가 태어나기도 전 있었던 일이다. 팀의 멤버로서 소속감을 운운하기에 경기 한 번 못 뛰어 본 어린 큐비는 그까지 섬세하진 못했다. 마도카는 지극히 사적이고 욕망에 충실하여 이곳을 찾았다. 그의 눈이 벤치를 떠나 100 야드의 필드를 훑는다.
ㅤ앨라배마와 노터 데임은 20세기 이후 맞붙은 적이 없다. 다만, 아주 공교롭게도. 마도카가 주니어가 되는 해, 코지카와 산다가 시니어가 되는 그 해에 두 학교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그것도 바로 이곳, 이 노터 데임 스타디움에서!
ㅤ마도카의 시선이 벤치를 향한다. 지상과 객석 간 단차를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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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노조미 마도카: 패스 성공률 약 74%. 패스당 평균 8.2 야드 전진. 터치다운 패스 29개. 인터셉션 6개, 쌕 13개. 패스 볼륨과 효율을 함께 가져가는 유형으로 패스 중심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전개시켜 득점으로까지의 연결이 많다. 압박 상황에서의 유연한 대처 능력이 돋보인다. 키가 작고 민첩하므로 러닝 플레이도 유의할 것. 단, 파워 러닝의 성공률은 처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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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머리 위 태양 빛이 산란한다. 2쿼터 중반, 10 대 10 동점 상황. 마도카는 코디네이터의 지시를 오펜스에게 전달한 후 자세를 잡았다. 세컨 앤 세븐. 포켓 안에 자리를 잡고 멀리 경기장 양상을 확인한다. 약속된 플레이는 훅. 그러나 달려가는 러닝백 주위로 수비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가망이 없다. 버린다. 반대편, 빈 공간을 달리는 와이드 리시버가 시야에 걸린다. 성공률은 이쪽이 높다. 결정했으니 던진다. 리시버가 안정적으로 공을 받아내며 다운이 갱신된다.
ㅤ퍼스트 앤 텐. 마도카가 오라인 가까이 붙어 섰다. 스냅과 동시에 공을 받아 뒤로 물러선다. 하프백에게 공을 넘겨줘야 하는데, 이런. 순간 포켓이 흔들리며 수비진이 침투해 온다. 블리츠 상황, 위기다. 당장의 패스는 포기한다. 러닝백들의 블로킹에 힘입어 포켓을 나왔다. 패스? 런? 무어가 정답일까. 마도카의 고개가 빠르게 좌우를 횡단한다. 러닝 플레이를 약속한 탓일까, 다들 수비수와 대치 중이다. 비어 있는 사람이 없어. 일단 달린다. 무리진 이들을 빙 돌아 사이드라인 가까이 붙으며 크게 달리는데, 오른쪽에서 누군가 맹렬히 달려온다. 전방을 본다. 체인 마커가 가깝다. 어떡할까. 마저 달릴까? 아니면 구를까? 마도카가 빠르게 암산한다. 다운을 갱신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세컨 앤 원 혹은 투. 나쁘진 않은데. 부딪히기 직전 아찔한 순간, 달려오던 이가 누군가와 뒤엉켜 넘어진다. 확인할 겨를 따위 없다. 속도를 낸다. 다운을 갱신하고도 약 3 야드 더 전진했을 즈음, 강한 태클에 마도카의 몸이 밀리며 라인 바깥으로 밀려났다. 볼을 끌어안는다. 넘어진 마도카에게 현장의 스태프가 손을 뻗었다.
ㅤ다시 퍼스트 앤 텐. 마도카가 코디네이터의 작전을 전달한다. 허들 종료 후 클랩. 오라인이 자리를 잡는다. Hut! 구호와 함께 스냅된 공. 뒤로 물러나 핸드오프로 공을 전달한다. 러닝백이 달려나간다. 발목을 잡으려 접근하는 수비수를 막아선다. 필드를 질주하는 러닝백의 뒤로 수비수 여럿이 바짝 따라붙는다. 아, 그다. 코지카다. 코지카가 러닝백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균형이 무너지며 둘이 한데 쓰러지고, 그 위로 너 나 할 것 없이 여럿이 겹쳐 쓰러진다. 일련의 연계가 급작스러워 공의 위치를 놓쳤다. 설마 펌블인가? 턴오버는 아니겠지? 마도카의 표정이 굳는다. 그가 몇 걸음 움직이다 멈춰 섰다. 날카로운 휘슬 소리. 주변을 둘러본다. 플래그는 보이지 않는다. 다닥다닥 겹쳐 있던 선수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키고, 심판이 공을 확보한다. 주심은 어디에 있지? 다행히 별다른 선언은 없다. 다운이 갱신됐다.
ㅤ이제, 퍼스트 앤 골. 고지가 코앞이다. 마도카가 긴장한 낯으로 신중히 작전을 전달한다. 코디네이터로부터 하달된 작전은 패스 플레이. 골이라곤 해도 아직 거리가 있다. 마도카가 위치를 잡으며 노터 데임 디펜스의 구성을 본다. 세이프티 하나가, 그가, 코지카가 디라인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선다. 혼선을 주려는 양 조금씩 움직이긴 해도 후방까지는 아니다. 뭘까. 무얼 하려고 여기까지 내려왔을까. 블리츠. 런 디펜스. 맨, 혹은 패스 커버리지. 디라인의 구조를 본다. 간격을 벌리고 섰다. 갭을 내어 파고들 셈인가? 아니면, 이것까지 페이크? 라인을 돌아 사각에서 달려 들어올까? 마도카가 빠르게 계산을 끝낸다. 뭐든 간에 패스를 하기엔 전황이 좋지 않다. 파워 런으로 변경한다. 사전에 약속된 구호를 외쳤다. 알아 들었으리라 믿으며 자리에 선다. 패스에서 파워 런이다. 오라인이 바뀐 플레이를 잊고 앞을 틀어막는다면 이미 실패다. 공간을 잘 확보해 주어야 할 텐데. 마도카는 러닝백들 가까이 붙어 선다. Hut, Hut, Hut! 세 번째 구호에 맞추어 공이 스냅 된다. 핸드오프로 공을 낚아챈 러닝백이 신속히 오라인 사이 틈을 비집는 동안, 왼쪽에서 코지카가 달려들었다. 역시나 블리츠를 노리고 박스 가까이 서 있었던 거였군. 왼쪽에 갭이 있었다. 마도카가 재빨리 마크하며 그의 진로를 차단한다. 코지카가 다급히 몸을 비튼다. 판단이 빠르다.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려는 거겠지. 어림 없다. 마도카는 블로킹에 충실한 척 코지카에게 달려들어 그 위로 쓰러졌다. 쿵. 헬멧이 맞부딪힌다. 골을 울리는 이명. 얼굴이 가깝다. 숨이 엉기는 거리. 헬멧이 두툼하긴 해도 눈 하나 마주치기엔 충분한 간격이다. 머리 위로 함성이, 그리고 야유가 터진다. 터치다운!
ㅤ마도카가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쓰러진 채인 코지카에게 손을 뻗자 그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마도카의 손을 잡는다. 맞잡은 손으로 느껴지는 무게감이 상당했다. 힘주어 잡아당기니 그가 탄력을 받아 가볍게 일어선다. 터치다운이 인정된 지금, 쿼터백인 마도카나 세이프티인 코지카는 벤치로 돌아가야 한다. 코지카가 마도카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선다. 걸음 떼려던 찰나, 멀어진 거리를 좁히며 마도카가 입을 열었다. 당신과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로 서두를 열지 2년을 고민했는데…….
ㅤ“세상은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군요.”
ㅤ“뭐? 나한테 하는 말이야?”
ㅤ“그럼요. 쥬이스, 나는 당신을 꽤 오래 지켜봤습니다.”
ㅤ“으음, 그래? 이걸 고맙다고 말해야 할까, 마도카.”
ㅤ“아무거나요. 나는 반갑다고 해 두고 싶군요.”
ㅤ“하하, 그래, 뭐. 풋볼 리그에 동양인은 흔하지 않으니까. 나도 반가워. 근데, 인사하는 순서가 좀 이상한 건 너도 알지?”
ㅤ툭툭. 코지카의 손이 마도카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기곤 빠르게 멀어진다. 마도카는 멀어지는 그의 등번호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가 두들기고 간 제 어깨로 눈길을 돌린다. 격려, 응원, 친근함이나 호의의 표시, 또는 너그러운 상급자가 건방진 하급자에게 보내는 경고. 싱그러운 어조와 경쾌한 톤으로 보아 코지카는 마도카에게 기 죽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마도카는 벤치에 착석하며 코지카를 곱씹어본다. 그의 느긋한 태도, 느슨한 미소, 무게 잡지 않는 애티튜드와 대수롭잖다는 듯 태연히 받아치던 매끄러운 말씨. 여유를 갖고서 거리를 둔 거다. 마도카는 으득 입술을 짓씹는다. 공이 골대 사이를 통과한다. 엑스트라 포인트의 성공으로 스코어는 17 대 10. 앨라배마가 노터 데임으로부터 7점 달아난다.
ㅤ파이팅 아이리시의 공격. 직전 마도카가 차지하고 있던 필드는 이제 파이팅 아이리시가 전진을 목표로 사냥해야 할 영역이 됐다. 그 전진을 막으려 크림슨 타이드의 디펜스가 필드 위로 진을 친다. 구호와 함께 거구의 라인맨들이 격돌한다. 문득, 마도카는 의문한다. 풋볼은 전진만을 위한 스포츠. 후퇴란 곧 실패이며 또한 용인되지조차 않는다. 설령 공격팀에게 천 가지 만 가지 전술이 있더라도 그로써 이룩하고자 하는 목표는 단 하나, 전진. 기껏해야 10 야드.
ㅤ이 명쾌하리만치 단순한 개념이 풋볼을 꿰뚫는다. 정체하지도 뒤돌아보지도 않는 무식한 스포츠. 허나 이 간결함 속 미국의 정신을 담고 있다 칭송 받아 전미가 열광하는 스포츠 반열에 올랐다. 역경을 딛는 투지, 개척, 그리고 정복. 그야말로 미국이 열광하는 키워드들. 쿼터백은, 오펜스는 그 최전방에 선다. 디펜스는 그들과 대척하고 선다. 전진하여, 전진으로 개척하여, 땅을 정복하려는 이들을 가로막으려 필드 위에 선다. 자진하여 역경이 된다. 어째서? 마도카는 의문한다. 어디에서 즐거움을 얻지? 어디에서 성취감을 느끼지? 그들은 그저 벽으로써 존재할 뿐인데.
ㅤ일순, 함성이 해일처럼 쏟아진다. 머리 위 소리로 이루어진 폭풍이 일었다. 파이팅 아이리시의 터치다운, 그리고 엑스트라 포인트의 성공. 스코어는 17 대 17로 도로 동점이 된다. 2쿼터가 종료되며 하프 타임이 선언된다. 크림슨 타이드의 선수들이 대기실로 걸음을 옮긴다. 마도카는 인파에 휩쓸려 걸었다. 걸으며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더라…….
ㅤ*
ㅤ4쿼터 종료까지 앞으로 1분여 정도. 엔드존까지는 15 야드 상당 남겨둔 상황이다. 스코어는 30 대 37. 앨라배마가 노터 데임에게 7점 뒤지고 있다. 터치다운 후 엑스트라 포인트를 성공시킨다면 동점. 연장전을 피할 수 없다. 아니, 아니다. 눈앞의 다운에 집중해야 한다. 퍽퍽 허벅지를 내려치며 마도카가 정신을 다잡는다. 코디네이터가 패스를 지시한다. 마도카는 작전을 전달했다. 러닝백과 와이드 리시버가 시선을 끄는 동안 타이트엔드가 7번 루트로 깊숙이 침투할 것. 말소리가 끝나자 클랩이 이어진다. 자리를 잡는다. 성공해야 해. 성공해야 해. 성공시켜야 해, 내가, 쿼터백인 내가. 스냅과 함께 공이 날아든다. 포켓 안쪽, 시야 사각에 유념하며 약속한 플레이를 쫓는다. 달려가던 타이트엔드가 사이드라인 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좋아. 떨어질 지점을 가늠하며 포물선을 겨눈다. 던진다. 아슬한 간격. 타이트엔드가 손을 뻗는 그때, 맞은편의 수비수가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거리가 짧다. 둘의 몸이 겹친 채 떨어지며 필드를 구른다. 황급히 심판을 본다. 플래그가 없다. 패스 방해도 선언되지 않았다. 공을 향한 경합으로 판단한 모양이다. 툭. 공이 잔디 위로 힘없이 떨어진다. 득실 없이 다운만 소모된 플레이. 마도카가 단념하며 자리로 돌아온다. 패스 실패다.
ㅤ세컨 앤 텐. 또다시 패스가 하달된다. 러닝백과 와이드 리시버를 이용한 딥 패스. 각자의 루트를 지정하는 동안 선수들의 얼굴로 결연한 기색이 스친다. 단호한 클랩. 오라인이 자리를 잡는다. 뒤로 물러선다. 빠르게 스냅이 개시되고, 러닝백과 리시버들이 뛰쳐나간다. 포켓 안쪽, 마도카는 저를 감싼 오라인을 오롯이 의지하며 전황을 살핀다. 심중을 침착히 가라앉힌 채 최대한 멀리 최대한 넓게 확인한다. 왼쪽은 막혔다. 왼쪽으로 향한 러닝백은 코너백과 대치 중이고, 리시버의 진로로는 달려오는 세이프티가 보인다. 공중 경합에 약한 리시버는 아니지만 직전의 실패한 플레이가 마도카의 뇌리를 스친다. 우선은 보류한다. 오른쪽은 어떻지? 리시버가 달리고 있다. 달린 수비수는 하나. 하나 쯤이야 따돌릴 수 있을 거다. 공을 던지려는 순간, 오른쪽 오라인이 무너지며 육중한 덩치의 라인맨이 마도카를 급습한다. 한순간 머릿속이 엉킨다. 급박한 상황이지만 침착해야 한다. 마도카는 재빨리 왼쪽으로 뒷걸음질 치며 본능적으로 공을 품에 안았다. 그대로 빈 공간으로 내달리며 앞을 본다. 왼쪽의 리시버는 벌써 세이프티와 만났다. 오른쪽 리시버는, 아, 그가 이쪽으로 달려온다. 스크리미지 라인으로부터 약 2 야드 안쪽, 마도카가 리시버를 향해 공을 던진다. 리시버가 양팔로 공을 받아 품에 끌어안은 채 넘어진다. 그 위로 파이팅 아이리시의 디펜스와 크림슨 타이드의 오펜스가 어지럽게 엉킨다. 삑! 삐익! 휘슬이 울렸다. 플레이는 끝났다. 마도카는 무릎으로 서서 심판이 공을 확보하는 것을 지켜봤다. 리시버가 양팔로 공을 단단히 고정하는 것을 똑똑히 봤다. 패스는 성공했을 거다. 잠시 뒤, 심판이 별다른 말 없이 볼을 확보한다. 전진했다. 다만 다운 갱신까지는 아직 3 야드가 부족하다.
ㅤ써드 앤 쓰리. 멀리 본다. 엔드존이 코앞이다. 좁게 보면 3 야드, 넓게 보면 8 야드. 진정하자. 사서 부담 질 필요는 없다. 마도카가 깊이 호흡한다. 이번 다운에 터치다운을 이끌어내지 못해도 된다. 3 야드만 전진할 수 있다면 다운이 갱신되어 다시 네 번의 기회가 주어지니까. 코디네이터가 러닝을 지시한다. 작전을 공유하고 자리를 잡다가, 마도카는 무심코 엔드존을 넘보고 만다. 첫 번째 다운의 실패가 이제사 쓰라리다. 그러나 상념에 잠길 시간은 없다. 시계가 줄어들고 있다.
ㅤ스냅 된 공을 러닝백이 낚아채 품에 안는다. 파이팅 아이리시의 디펜스도 러닝을 예상했는지 압박이 거세다. 수 초 뒤엉킨 끝에 간신히 다운을 갱신했다. 남은 건 터치다운뿐. 골대가 가깝다. 엔드존까지는 고작 5 야드 남짓.
ㅤ코디네이터가 러닝을 제안한다. 마도카는 침묵으로 짧게 고민하다가, 곧바로 작전을 전달했다. 오펜스 모두가 경직된 표정으로 각오를 다진다. 4쿼터 막바지, 다들 지친 상태다. 체력적 한계가 턱끝까지 치달아 있다. 마도카는 혀를 잘근 깨물었다. 안다. 다들 생명력까지 끌어다 쓰고 있다. 자신은 그것을 딛고 서 있다. 그러니 패스든 러닝이든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다.
ㅤ퍼스트 앤 골. 모두가 자리를 잡는다. 오라인과 마주 보고 선 디라인. 디라인 옆으로 코너백이 둘, 뒤로는 라인배커가 셋, 라인배커 뒤로 세이프티가 둘. 엔드존까지의 거리가 짧으니 실질 앞뒤를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좁은 간격 내 수비가 밀집되어 있으니까. 숨을 들이쉰다. 마도카가 시선을 정면에 둔다. 정면, 마도카의 정면에는, 코지카가 있다. 마도카가 사납게 외친다. Down! 전신의 근육을 바짝 조인다. Set! 발끝에, 손끝에 힘을 싣는다. Hut, Hut!
ㅤ정확한 스냅. 공을 받아 든 찰나, 마도카는 디펜스의 움직임을 훑는다. 오라인이 필사적으로 디라인과 라인배커들을 묶어두고 있다. 리시버들은 코너백을 견제하며 달려나갔다. 러닝백들은 라인맨과 라인배커의 뒤쪽, 패스를 받아 달리거나 혹은 블로킹에 합류하기에 적절한 위치에서 쿼터백의 액션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없다.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순간. 리시버 한 명이 엔드존을 밟고 러닝백 한 명이 엔드존으로 달려드는 순간, 시야의 뒤축, 누군가 마도카를 향해 뛰었다. 아주 순식간이었다. 찰나, 마도카는 제게로 달려드는 이를 확인했다. 코지카다. 세상이 슬로우 모션에 걸린 것처럼 느려지고 일 초가 수 초로 변모한다. 마도카의 시선이 코지카에게 붙들린다. 그가 미간을 찌푸린다. 가지런한 눈썹이 휘어진다. 다급함, 조급함, 약간의 짜증과 절망이 섞인 얼굴. 코지카가 팔을 뻗는다. 곧은 팔이 마도카의 얼굴 옆으로 뻗어진다. 공은 마도카의 손을 떠났다. 코지카의 손은, 손가락은 공에 닿지 못한다. 마도카가 조금 빨랐고 코지카는 조금 늦었다. 기우뚱, 몸이 기울고, 코지카의 신체가 마도카의 신체를 덮친다. 찰나, 코지카의 팔이 안쪽으로 꺾인다. 그의 팔이 마도카의 헬멧을 끌어안다시피 붙잡는다. 쿵. 둔탁한 충격. 코지카에게 끌어안긴 마도카의 시야는 온통 거멓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패스의 성공 여부조차 알 수 없다. 됐다, 상관 없다. 공격권만 넘어가지 않으면 된다. 쌕도 피했잖아. 마도카는 밭은 숨을 토하며 전신의 감각을 잡아당겼다. 터치다우우우운! 아스라이 소리가 들린다. 물속에 잠긴 듯 먹먹한 고동. 차츰 선명해진다. 고개를 들었다. 마도카는 코지카의 위로 쓰러진 채다. 넘어짐을 대비하지 못했는지 아픈 듯 인상을 찌푸린 그가 뒤늦게 양팔을 들어 무고를 어필한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끝에 심판은 코지카의 반칙을 선언했다. 러핑 더 패서!
ㅤ직후 타임 아웃이 선언된다. 크림슨 타이드도 파이팅 아이리시도 각자의 에어리어로 이동한다. 감독과 공격 코디네이터가 언성을 높인다. 러핑 더 패서는 이미 선언됐다. 이는 코지카의 반칙으로서 공식 기록에 남을 것이다. 터치다운은 인정됐다. 현재 스코어는 36 대 37. 크림슨 타이드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엑스트라 포인트로 1점을 획득한 후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로는 투 포인트 컨버전으로 2점 획득을 노려볼 수 있다. 러핑 더 패서는 15 야드의 페널티가 주어진다. 연장전을 선택한다면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고, 투 포인트 컨버전을 선택한다면 엔드존까지의 거리가 절반으로 줄어들 거다. 코치진의 의견이 분분하다. 엔드존까지의 거리가 반절로 줄어든다면 투 포인트 컨버전을 해봄직하다. 단지 리그를 통틀어 성공률이 매우 낮은 것이 문제가 된다. 연장전은 그보다야 안정적이다. 다만 다들 체력을 상당히 소모하였기로 원하는 대로 플레이가 이루어질지 장담할 수 없고, 역으로 파이팅 아이리시에서 밀고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도카는 스태프가 넘겨주는 물로 입안을 적시고 목을 축이며 숨을 고른다. 침착하고자 마음을 가다듬는다. 생각해야 한다. 어느 것이 제게, 크림슨 타이드에게 승리를 가져다줄지 판별해야 한다. 아니, 아니다. 틀렸다. 그것은 우리에게 달렸다. 우리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 우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제를 바꾼다. 우리는 어떤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ㅤ마도카가 눈을 들어 저 멀리, 필드 건너의 파이팅 아이리시를 본다. 의식적인 행동이었다. 황금빛 헬멧에 네이비 블루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파이팅 아이리시의 마스코트는 싸울 준비를 갖춘 권투 자세의 아일랜드 요정. 반면 크림슨 타이드의 마스코트는 코끼리다. 적조, 피처럼 붉은 바다, 피처럼 붉은 유니폼. 코끼리가 그깟 요정 하나 짓밟지 못하랴.
ㅤ“2점을 노리죠.”
ㅤ“뭐?”
ㅤ“마도카! 침착하게 판단해!”
ㅤ“저 침착해요. 제정신이고요. 우린 2점이 더 필요해요. 딱 2점이요.”
ㅤ소요가 인다. 감독이 손짓으로 소란을 잠재운다. 복잡한 심경이 역력한 눈이 마도카를 향한다. 마도카는 감독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감독이 한숨을 쉰다. 어린 패기의 승리였다.
ㅤ스크리미지 라인으로 양 팀 선수들이 집결한다. 바짝 긴장한 표정에서는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비장한 각오가 엿보인다. 마도카가 작전을 전달했다. 클랩 없이 모두가 자리에 선다. 코지카의 러핑 더 패서가 반영된 트라이, 엔드존까지의 거리는 고작 1 야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믿는다. 의심하지 않는다. 마도카는 오라인 뒤로 바짝 붙어 선다.
ㅤ세이프티 둘이 라인맨 가까이 내려와 있다. 왼쪽에 산다, 오른쪽에 코지카. 마도카는 오른쪽을 본다. 쥬이스. 모르겠다. 모르겠어. 왜 보게 될까? 왜 봤을까? 왜 보러 갔을까? 왜 말을 걸고 싶을까? 쥬이스, 나는 왜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죠?
ㅤ당신은 모르겠지만 나는 오늘을 아주 오래 생각했어.
ㅤ우리가 같은 필드에 서고,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마주 보고, 우리가 맞부딪힐 순간을 아주 오래도록 기다려 왔단 말이야…….
ㅤDown! 모두가 몸을 숙인다. 전신에 힘을 준다. 언제든 튀어 나갈 수 있도록. 잔디 위로 먼지 내려앉는 소리마저 들리는 듯한 고요 속, 온 신경이 하나의 극점으로 쏠린다. 마도카가 혀를 씹는다. 따끔한 통증으로 과하게 예열된 신경줄을 분산한다. 조급할 필요 없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ㅤSet! 발끝으로 피가 몰린다. 움직일 준비를 한다. 엔드존을 지키고 선 디펜스들을 본다. 지금 이 시점, 마도카에게 주어진 책임은 오직 하나, 전진. 그것을 가로막으려는 벽이 얼마나 견고하든 중요하지 않다. 그저 보여줄 거다. 코지카에게, 이 마도카 노조미의 전진을 보여줄 거다. 네가 지키려 선 곳으로 밀고 들어가 그 벽을 부수고 헤집을 것이고, 그 땅을 강탈하여 나의 것으로 삼아 보다 멀리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정복할 것이다. 정복하여 승리할 것이다. 엔드존, 끝의 끝까지 남기지 않고 전부. 이곳 노터 데임 스타디움, 너의 홈그라운드에서, 내가!
ㅤ문득, 쥬이스의 표정이 변한다. 그의 시선은 마도카를 향해 있다. 마도카는 이유를 가늠하지 못한다. 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ㅤHUT!! 경기의 재개를 알리는 구호가 울린다.
ㅤ스냅된 공이 마도카의 손아귀에 안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