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삶에 B급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입으로 꺼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굳이... 그래. 강찬희의 행동 양식은 많은 부분이 단순한 논리에 의해 행해졌다. 좋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삶을 살아가는 게 솔직히 뭐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강찬희는 나름 삶 잘 영위하고 있었다.
"찬희 니는 왜 또 연락 안 받는데!"
"카톡만 하면 어떻게 알어. 급하면 전화 했어야지."
"연락 했거든..."
그런데 이재윤 눈에는 아닌가. 재윤이 핸드폰 폼으로 가지고 다니냐고 앞에서 화내거나 말거나 찬희는 입 다문 채 생각한다. 사실 강찬희의 생각이 아주 무심한 것은 아니었다. 이재윤은 강찬희를 싸고 돌았다가, 가끔은 서운하다고 소리를 지르고, 아주 가끔은 이상한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좀 유별나기는 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관계에서 남자친구라는 단어 하나만 제외하고 본다면 이재윤이 이상한게 맞았다. 제외할 수가 없어서 그랬지...
고백은 누가 했지? 가끔 대화하다 이 주제가 나오면 둘다 서로를 삿대질했다. 형이 했잖어. 아 뭔 소리야 찬희 니가 했지. 강찬희가 입 좀 내밀고 쳐다보다가 주먹질 두어번 해주면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다. 그런 게 중요한가. 이재윤은 말을 뚝 멈추더니 팔을 벌리고 갸륵한 표정으로 강찬희를 바라보았다. 키스를 바랄 때 이재윤은 늘 이런 눈빛을 했다. 보통의 경우는 못 본 척 했다. 그럼 이재윤이 달려들어서 먼저 키스했다. 입술을 부비고 아 찬희야, 찬희야 하면... 찬희는.
강찬희가 매사에 적극성을 띄지 않는 것은 타고난 성정이 그래서 절반, 부끄러워서 절반이었다. 강찬희도 이재윤이 당연히 좋다. 그렇지 않으면 왜 사귀는데... 장난하냐? 이재윤도 이걸 알고 있으니 진심으로 서운했던 적은 없다. 둘은 느릿느릿하니 잘 맞았고 좋았다. 서로의 모든 걸 알면서도 조금 모르는 척 해주는 롤플레잉같은 연애.
그리고 사실 진정으로 잘 맞는 것은, 다소 민망한 이야기이지만. 그래 섹스할 때 좀 잘 맞았던 것 같다. 이재윤은 강찬희를 정말정말 사랑했으므로 눈물 좀 머금고 니가 위에 해라 그랬는데, 알고보니 바텀을 좀 더 많이 해봤다고 했다. 무릎 꿇고 고백하는 걸 듣고 있자니 웃겼다. 이게 도대체 무슨 대화인가 싶었는데 이재윤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는지 눈썹을 늘어트리고 말한다. 찬희야 말 안 해서 진짜 미안. 그래도... 니도 좋지.
좋긴 뭘 좋아 시발. 미안. 거짓말이다. 부끄러워서 거짓말 좀 해봤다. 사실 많이 좋았다. 이재윤은 강찬희에 비해 체격도 좋았고 몸에 붙은 근육이 많았다. 살끼리 부딪히면 아픈 기색보다는 밀려나는 것 없이 기분 좋아하는 얼굴을 보는 게 좋았다. 강찬희 본인만큼은 아니어도 홍조가 올라와 익어가는 얼굴에 대고 키스하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강찬희는 대화 없이 오직 행동만 존재할 때 비로소 완전히 솔직해질 수 있었다.
"아, 찬희야... 아."
"자세 바꿀까?"
"아니, 아... 그냥, 흐흐. 좋아서..."
이재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강찬희를 꽉 끌어안았다. 정상위 중이었다. 이재윤은 아프면 얼굴에서 바로 티가 났으므로 섹스 중에 말이 오간다면 대부분 이런 종류의 것이었다. 이럴 때는 부끄럽고 머쓱해서 대뜸 하던 일 계속 하겠다고 허리 처박기도 좀 그랬다. 따뜻한 품에 안겨서 체온을 나누었다. 심장과 심장이 맞닿아서 엇박자로 맥동했다. 어 그런데 이거는 좀...
누운 채로 이재윤의 가슴에 손을 얹어 주물렀다. 평소에도 가슴을 만지는 일이 잦았으므로 이재윤은 아 뭐하는데, 하며 웃을 뿐이었다. 이재윤의 손이 강찬희의 등을 타고 올라와 머리칼 밑쪽에 와닿았다. 끄트머리에 손을 넣어 헤집는 동안 강찬희는 이재윤의 밑가슴을 쿡 찌른다.
"가슴 운동 너무 많이 한 거 아냐?"
"강찬희 니는 갑자기 이러더라."
강찬희는 입을 다물고 손장난을 계속한다. 야 좀. 고개를 젓는 이재윤과 강찬희의 눈이 마주쳤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에로틱하게 일변했다. 강찬희는 몸을 바로 세우고 이재윤의 가슴을 입에 물었다. 혀를 내어 핥다가 조금 깨물었다. 반대쪽 가슴을 한 손 가득 쥐었다가 유두를 손끝으로 갉작였다. 이재윤의 얼굴에서는 그제야 웃음기가 사라지고 눈썹이 늘어졌다.
"아, 아... 찬희야. 아..."
"왜."
"하지 말라고 이거..."
부끄럽다 했잖아... 낱낱이 해체되어 고개를 젓는 이재윤. 강찬희는 그제야 동등하다고 느낀다. 너와 나 모두가 솔직해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