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46610 베시두즈 투 유 후기...?
안녕하세요. 이층입니다.
이번엔 글 후기를 써봤습니다. 안 궁금하실수도 있고 그냥 쓸데없는 소리가 가장 많을 것 같긴 하지만... 제가 심심하기 때문에 적어보려고 합니다ㅎㅎㅎ
처음 구상을 시작할 땐 피터팬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런 걸 생각했습니다. 다 지워버린 탓에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어두운 글이었구요. 근데 이상하게 잘 안 붙더라고요. 쓸 때마다 자꾸 막혀서 그냥 싹 지워버렸습니다. 이정도 막히면 못 살린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tmi지만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리를 하는데요. 그날은 책장을 정리하다 어린왕자를 발견했습니다. 원서와 다른 출판사의 어린왕자 두 권까지 총 세 권이 이상하게 계속 시선을 끌더라구요. 그때까지도 어린왕자로 글을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한 권은 중고 서점에 내놓을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린왕자가 B612로 돌아간 뒤 지구를 한 번 쯤은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지구에 다시 와보지 않았을까? 근데 우주는 넓고 인간의 수명은 짧으니까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을수도 있겠다. 이걸 가지고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총 두 가지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최종 원고는 그 중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어린왕자의 책 이후, 우주로의 여행이 아주 자유로워진 미래에 일어납니다. 어린왕자의 흔적을 따라 B612로 날아간 A는 어린왕자인 B를 만납니다. 작은 별에서 시간을 보낸 A와 B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게 되죠. 하지만 지구인이 외계에서 오래 살 수는 없기 때문에 A는 지구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이후 B는 무료함과 그리움을 피하기 위해 B612에서 떠납니다.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엔 목적지와 목표가 분명했습니다. 지구에 도착한 B는 과거의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많이 커버린 B와 다르게 친구들은 예전과 똑같습니다. 뱀도, 장미도, 여우도, 심지어는 파일럿까지도 말이죠. 그제야 B는 자신이 도착한 지구가 아주 옛날의 지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A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의 지구. B는 그리웠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헤어지며 A를 기다립니다. 길고 긴 시간이 흘러 B의 별로 날아왔던 나이가 된 A를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만난 A와 B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첫 번째였습니다.
세부 설정을 짜면 짤수록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첫 번째 이야기는 그냥 바로 지웠습니다. 그리고 A를 사랑해서 지구로 온 B는 내내 A의 곁에 머물게 되는데, A의 성장기를 다 보고도 사랑을 느낀다? 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싶더라고요.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저 혼자 그냥… 뭘 어떻게 써야하나 싶기도 했구요. 근데 이러나 저러나 두 번째 이야기로 썼을 거 같긴 합니다. 설정이나 이벤트를 짜는 것에 있어서도 지금의 이야기가 훨씬 수월했거든요. 두 번째 이야기는 지금의 결말과 만나지 못하는 결말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뭐가 더 나은지는 제가 파일을 날려먹는 바람에 비교할 수 없게 되었지만요…) 초기 결말은 둘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겨울이 쓸쓸하고 춥고, 생기를 잃어 외로운 계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사랑하는 사람과 있다면 오히려 꽤나 낭만적인 계절이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뒤를 엎어버렸습니다.
승민이에게 민호는 영원, 민호에게 승민이는 장미이자 여우, 또다른 자신이기도 합니다. 민호를 길들이기도 했고, 민호에게 길들여지기도 한 승민이는 지구의 어린왕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과 같지만 다른 승민이가 민호에게는 더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민호 외전이 있어서 구상에 적어둔 내용인데 영영 나올 일이 없어져서 이렇게 언급을 하고 지나갑니다.
글에서도 나오듯 승민이는 불규칙함과 예측 불가한 것을 싫어합니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런 삶을 살았지만 승민이는 자기 손으로 자신의 계획과 규칙을 부순 적은 없어요. 하지만 민호를 위해 그걸 합니다. 제주도로 떠나는 순간이 그랬죠. 규칙과 계획이 깨져도 세상이 뒤집히지 않는다는 것을 예측 불가하고 불규칙함으로 똘똘 뭉친 민호를 만나며 배웠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민호를 찾기 위한 시작점이 된 그 해수욕장은 협재 해수욕장을 생각했습니다. (승민이가 일하는 천문대는 보현산 천문대를 생각했습니다.) 여행 내내 비가 오거나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흐리거나 이랬던 날씨가 그 해수욕장을 따라 걸을 땐 해가 비치면서 바다가 반짝이더라구요. 그 순간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 글을 쓸 때 제가 걸었던 바다를 상상했습니다. 정말 아무 의미 없고 중요하지 않지만 굳이 제주도로 떠나 바다에서 재회를 한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습니다ㅎㅎ… 너무 쓸데없는 정보죠…?
민호가 떠난 베시두즈 46610엔 여러 식물만이 남았습니다. 꽃과 라임나무. 그냥 나무가 아니고 굳이 라임나무라고 적은 이유가 사실 있습니다. 라임나무는 승민이의 탄생목이거든요. 민호가 두 번째 방문한 지구에서 떠날 때 승민이가 외롭지 말라며 작은 묘목을 구해다 주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승민이에 대한 민호의 그리움을 남기고 싶었으나… 주는 장면을 빼버리면서 실패했습니다. 그냥 뜬금없이, 혹은 아무런 임팩트 없이 홀랑 지나가게 됐네요.
승민이의 아빠가 쓴 책은 하나였습니다. 자신도 가진 것이 없지만 어쨌든 많은 것이 존재하는 지구에 살아가는 승민이와 다르게 민호는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 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게 없었다면 승민이가 기억을 제대로 맞출 수 없었을 거예요. 그렇다고 민호에게 건네주지 않고 승민이가 가지고 있었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었을 거구요. 그리고 민호는 다시 두 번째 승민이를 만났을 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일기장과 책을 주지 않을 겁니다. 떠올린다면 떠올린 대로, 그렇지 못한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받아들일 준비를 했어요. 억지로 끌어낸 기억은 감정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두 번째 이별에서 민호는 별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일부러 가지 않은 게 아닙니다. 자기도 그 이유는 모르지만 언젠간 별로 돌아가게 되겠거니 생각할 뿐이었죠. 그래서 언제 별로 돌아가게 될 지 몰라 무작정 제주도로 향했어요. 승민이 뿐만 아니라 민호에게도 소중한 곳이었으니까요.
외계인 민호가 지구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이곳이 집이라고 생각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승민이가 자길 기억해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민호는 여전히 승민이를 사랑하고, 승민이도 다시 민호를 사랑하게 되었잖아요. 그 탓에 지구에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6610 베시두즈를 떠나올 때 그 별을 더이상 집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도 있구요. 작은 설정 중 하나였는데 쓸데 없는 것 같아 드러낸 부분입니다.
이것도 글에서 뺀 내용이지만 민호는 그 별에서 살았다면 더욱 긴 시간을 살았을 겁니다. 원래 살던 B612와 지구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민호는 지구에서 오래 살 수 없거든요. 승민이와 처음 만났을 때 다시 B612로 돌아간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구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 그런 삶을 별로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안 그런 척해도 외로움을 많이 타거든요. 결정적으로 민호와 승민이는 영원한 삶에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세상엔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것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쉬워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은 쓸데없는 이야기가 더 많은 후기! 정말 제가 심심해서 썼습니다ㅎ… 볼 때마다 아쉬운 부분이 보여서 오픈 이후로 읽지 않았는데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욕심만 많지 지금보다 더 나은 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져ㅎㅎㅎㅎㅎ 충분히 쓸데없는 말도 많이 하고 글자도 많은 것 같으니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행복을 담은 순간이 많아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층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