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버트 독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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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14의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신경 쓰시는 분들께는 열람을 권장드리지 않습니다. 만약 이 문제로 독백 감상에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리베주한테 스포 없는 요약을 요청해주시길 바랍니다.
#파판14의 인게임 대사를 그대로 가져온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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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던트 거주관의 관리인이 말했다.
"아, 리베리우스씨……! 다행입니다, 일어나셨군요……! 여기로 실려 오셨을 때는 생기가 하나도 없으셔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당신이 깨어나신 건 간만의 좋은 소식이라 다들 기뻐할 겁니다. 만약 몸 상태가 괜찮으시다면 걱정하는 주민들에게 얼굴을 좀 보여주실 수 없을까요……?"
우주의 화음 시장의 상인 대표가 말했다.
"너……! 깨어났구나……! 그래…… 정말 다행이다……. 널 데리고 온 동료들도 꼴이 말이 아니길래 도저히 두고볼 수 없어서 내가 돕겠다고 나섰거든……. 하지만 네 몸이 너무 차갑고 축 늘어져 있어서…… 이러다…… 최악의 결말을 맞게 될까봐 불안했어. 듣자 하니 수정공도 전투 중에 수상한 남자한테 납치됐다면서……? 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 아니, 한탄해봤자 해결될 일이 아니지. 이럴 때일수록 우리 크리스타리움의 주민은 일어서야 해. 언제든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원흉과 싸울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겠어……."
연금술 의료관의 약사가 말했다.
"아이고, 세상에……! 이제 걸을 수 있나보구나……! 면회 사절이라면서 의료관 사람도 만날 수 없다고 어찌나 단호하던지……. 린과 네 동료들한테서 '죄식자로 변하는 것과 비슷한 증상'이라고 들었어……. 그렇다면 우리도 손쓸 방도가 없겠지만……. 다들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지 찾아보겠다며 계속해서 각지를 수소문하고 다니고 있어, 우리도 그렇고 네 동료들이 제일……. 볼 때마다 초췌해져서 정말 걱정이야……. 당신이 깨어났다고 연락해둘 테니까 만나면 같이 푹 쉬도록 해……."
박물진열관의 사서장이 말했다.
"앗, 리베리우스씨!? 환각이 아니라 진짜 정말로……!? 아아, 이렇게 기쁠 수가……! 모두의 기도가 통했군요……! 저도 이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없을까 하고, 빛이 돌아오게 된 원인을 찾고 있었어요. 대죄식자는 분명 쓰러뜨렸는데 이유가 뭔지……."
중용의 공예관의 장인 대표가 말했다.
"정신을 차렸구나! 아아, 다행이야…… 정말……. 요즘 들어 수정공과 당신을 걱정하는 얘기가 안 들리는 날이 없었거든……. 아, 이런 타이밍에 미안한데 당신이 싸울 때 썼던 장비 좀 보여줄래? …… 우리도 사실 화가 나. 좋은 장비만 있었다면 당신이 쓰러지는 일도 없었을 텐데…… 하고 말이야. 그래서 지금 일을 재검토하면서 신규 레시피를 고안 중이야. 참고하기 위해서 꼭 살펴보고 싶어."
목장 옆 감시대에 올라온 리베리우스가 이마를 짚었다.
"이 도시 사람들은 다 바보예요."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내가 보기엔 이 도시 사람들이나 리베리우스나 다 거기서 거기인 바보들이다.
"내가 죄식자로 변해가는 중이라는 거 저 사람들도 다 알 거 아니에요? 그러면 어디 먼 오지에다가 가둬둘 생각을 해야지 왜 상전 모시듯 도시에서 제일 좋은 방에 고이 뉘여놓고 하루 빨리 낫길 바란다며 발품을 팔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말이 진심은 아니길 바란다."
"아니, 그 전에, 세상에 빛이 다시 돌아왔잖아요? 하늘이 다시 빛으로 가득하잖아요? 게다가 자기네들 수장은 납치되어서 행방불명인 상태고? 그러면 그 원흉인 나한테 따질 생각을 해야지 왜 구하려고 하느냐고요. 다들 정말 바보같아요, 다 이상해."
"뭐, 그만큼 이 도시 사람들이 강하다는 뜻 아니겠어. 너도 알겠지만 말이다."
"…… 그건 알아요. 하지만."
"다들 아직 싸우려는 의지가 꺾이지 않았어. 좋은 사람들이야. …… 그래서 더 괴로운가보지? 어찌 됐든 결국 네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이."
입을 다물고 침묵한다. 고개를 숙이니 푸르게 빛나던 눈동자에도 음영이 진다.
"…… 가감없이 말하자면 최악의 상황이야. 이번만큼은 그 어디에서도 구제할 방법을 찾지 못할지도 몰라."
죄를 지은 죄인마냥,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마냥 두 눈을 질끈 감는 리베리우스.
나는 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하지만, 궁지에 몰렸을 뿐이지 패배한 건 아니야. 넌 아직 지지 않았으니까…… 그렇지?"
그는 슬그머니 눈을 떠 내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어째서 자신을 벌해주지 않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표정으로 훤히 드러나고 있었다. 우스운 꼴이 아닐 수 없다.
"전에도 이렇게…… 이상하리만큼 차분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어. 우리가 한 일이 결국 '빛의 범람'을 일으켰다는 걸 알고 원초세계로 가기 위해 목숨을 끊었을 때였지."
처음 만났을 적과 비교해 입장이 반대가 되지 않았나. 그 때엔 내가 세상을 멸망시킨 대역죄인이었고, 네가 그것을 관망하던 위치에 있었지.
"우리 세계가 완전한 소멸을 피할 수 있었던 건 구원이었을까, 아니면……. 이런 식으로 남을 바엔 차라리 통합되는 것이 행복했을까. 머릿속에서 줄곧 그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
"그런데…………. 콜루시아 섬에서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거대한 탈로스가 일어섰을 때, 진심으로 '아, 정말 잘됐다……'라는 생각이 들더군."
마치 공중섬마냥 하늘로 높이 솟아버린 화산에 닿기 위해 두 다리로 일어서던 양철 로봇을 보았을 때.
거기까지 닿기 위해 리베리우스와 둘이서 덜컹이는 엘레베이터에 올라탔을 때…….
"과거,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는 역할은 우리만의 몫이라 생각했어. …… 그게 모두를 위한 길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
그 모습은 눈 앞의 하늘보다 더 빛났고 더 찬란했다.
"눈부시더군……. 가슴이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지."
"저도 그랬어요. 손을 잡는 것이 아주 힘든 사람들일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람들이 그렇게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저는 그 때 처음 보았어요."
"이렇게 멸망해가는 세계에도 아직 살고자 하는 녀석들이 있구나. 그들이 서로 손을 잡고 하늘까지 오르려 하는구나. 그렇다면……."
나는 리베리우스를 보며 웃었다.
"그 때의 우리는 틀린 게 결코 아니었어, 이 세계를 이런 미래로 이어지게 했으니. …… 그렇게, 이제야 겨우 생각한다."
리베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몸짓 하나에도 중한 무게가 느껴진다.
"저는 이 세상 사람들이 좋아요.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니까요. … 이 세계의 빛을 거두기 시작한 건 제 자신을 구원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제 스스로가 여기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갖고 싶은 강함을 지닌 사람들한테 무어라도 하나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가슴에 손을 올린다. 그 상태로, 그는 나를 보며 웃는다.
"그런 사람들의 의지를 저는 이어받았어요. 그러니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