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 희망을 실현시킬 때예요."



"어라라, 걱정돼서 와 봤더니 혼자 웃고 있네, 무슨 일이람? 나의 어린 나무는 신기한 어린 나무지 뭐야!"

갑작스레 날아온 픽시 한 마리가 아르버트의 위치를 차지한다. 리베리우스와 계약한 요정왕, 페오 울이다.
방금 전까지 자리에 있었던 아르버트의 모습은 어느샌가 없어진 뒤다.

"나의 나뭇가지, 페오, 걱정되어서 봐주러 오신 건가요?"
"물론이지! 아무리 요정족이 즐거운 것만 쫓는 종족이라고 해도 나의 어린 나무가 아픈걸 못본 척하는 그런 못된 나뭇가지는 아니지 뭐야! 그런데 어떡하면 좋아…… 너무 끔찍해! 에테르는 뒤죽박죽 엉망진창이고 가운데 있는 혼에도 금이 가서 너덜너덜하잖아!"
"하하…… 음…… 그렇게 심각한가요?"
"저기, 불쌍한 나의 어린 나무,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

계획은 있었다. 성공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지만.

"요정왕이 되면 인간과 인연을 끊고 성 안에서 숨어 지낼 수 있어……. 아무것도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딱히 괜찮잖아? 누군가 널 쓰러뜨리려고 찾아오면 요정들이 힘을 합쳐 지켜줄게. 네가 그걸 원한다면 왕관과 지팡이를 너에게 줄 수 있는데…… 어때?"

오. 이건 좀 혹한다.
리베리우스가 페오의 제안의 이점을 계산해보려던 차였다…….

"…… 농담이야! 내 어린 나무가 얼마나 매정한 사람인데~ 내 제안은 요만큼도 들을 생각이 없을걸?!"
"아뇨, 그래도 이번에는 좀 솔깃했어요."
"게다가…… 그런 결말엔 내가 사랑한 아름다움도…… 없지 뭐야."

팔뚝만한 요정이 리베리우스의 눈앞으로 날아와 양쪽 뺨에 손을 올렸다.

"귀엽고도 귀여운 나의 어린 나무. 넌 지금 미로 속에 있어.……. 이제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정해야 해."
"……."
"이럴 때 인간은 미리 앞날을 예측하려고 해. 그래서 우리는 일부러 안개와 환영을 막 뿌려서 더 헤메게 만들어. 그걸 벗어나려면 말이야…… 일단 발길을 멈춰야 해.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가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를 생각하는 거야."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안경 너머로 둥그런 눈을 한 번 깜박이는 리베리우스.

"나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하며 지켜볼게. …… 그럼 다시 만나자."
"…… 고마워요, 나의 나뭇가지. 언젠가 다시 만나요."
"꼭이야."

미련이 남는다는 듯 뺨을 손등으로 쓸어올리던 요정은 이내 공중에서 한 바퀴를 빙글 돌아 순식간에 사라졌다. 감시대 위에 남은 사람은 이제 리베리우스 한 명 뿐이었다.

"……."

내가 어디에 있는지, 라.
아리송한 요정의 말을 되새기며 그는 감시대 아래로 가볍게 뛰어내렸다.

도시와는 반대가 되는 방향이었다.
 
 
* * *
 
 
'리베리우스'는 눈을 떴다.
꿈 속에서 눈을 뜬 것을 눈을 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다.

고개를 들어올리면, 그곳에는 거대한 괴물의 모습이 있었다.
온통 새하얀 석고상, 하체는 사슴을 모방하고 상체는 팔과 머리가 잘린 인간이었으나 한복판에 죄 지은 범법자처럼 매달린 리베리우스의 형체가 있는. 하늘을 날 수 없는 날개가 온통 뒤덮여 살아 숨쉬는 모습을 따라하는, 존재 자체가 모독적인 죄식자.

이름 붙일 이가 남아있었다면 '아가페'라고 불렸을 자가 그 곳에 있다.
괴물을 올려다보며 '리베리우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데이브씨도 참. 새삼스럽지만 성격이 참 안 좋다니까."

어쩌다가 데이브가 이런 상태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 걸까? 나중을 위한 궁금증을 남겨두며, '리베리우스'가 괴물을 향해 한 손을 뻗었다. 눈 가린 또 다른 자신을 만지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리베리우스'의 손끝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 빛무리.

"…… 아르버트."

그 주인을 입에 담자 빛무리는 순식간에 도끼의 모습으로 변했다. 익숙하지 않은 형태다, 이 도끼는 '리베리우스'가 아닌 아르버트의 반려 무기를 본딴 형상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언젠가 이 도끼를 던져본 경험을 되살려─ '리베리우스'는 도끼를 던지기 위해 한 손으로 들어올렸고─

─────!!

말뚝을 잃어버린, 닻을 잃어버린, 더 이상 아무도 해치지 못 하도록 자신을 못박히게 해준 소중한 이를 잃어버린 괴물이 이지를 잃고 포효하는 사이──

──'리베리우스'가 도끼를 던졌다.

빛의 도끼는 괴물의 몸을 깔끔하게 관통했다.

 
 
그제야 두 영혼이 사명을 잃고 흩어진다.
 
 

입맛이 쓰다.

"데이브씨한테 초콜렛 더 달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얻은 무기를 과연 잘 쓰고 다닐 수 있을까? '리베리우스' 자기도 그다지 자신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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