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물병을 돌려주는 윤대협과 손가락이 스쳤다. 방금까지 보랭병을 쥐고 있었는데도 뜨끈하다. 온도차 때문에 서태웅이 움찔한다.
윤대협도 느꼈나 보다. 물병을 정리하고 돌아서다 서태웅은 갑자기 양쪽 삼각근을 윤대협의 커다란 두 손으로 콱. 붙잡혔다. 서태웅은 내심 깜짝 놀랐지만. 눈이 조금 커진 것 외에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너 엄청 시원하다. 피부가."
윤대협이 감탄한다. 쓱쓱 팔꿈치까지 손을 쓸어내리며 감촉을 즐긴다.
"아 뜨거워."
서태웅이 질색한다. 옷 입기 싫어하는 어린애처럼 팔을 하나씩 쳐들어 빠져나온다. 윤대협은 하하 웃었다.
"미안. 내가 열이 좀 많아서. 넌 시원해서 좋겠다."
"덥거든. 멍청아."
"칭찬한 건데..."
서태웅은 뜨끈한 윤대협의 체온이 남아 있는 팔을 손바닥으로 거칠게 문댔다. 차가운 보랭병의 기운이 남은 자신의 손과 분명하게 감촉이 다르다. 자욱이 난 것처럼 선명하다.
윤대협은 욕을 먹고도 웃고 있다.
"이번에 내가 넣으면 더 만지게 해주라."
개소리도 한다.
"헛소리하지 말고 덤벼."
"왜? 자신 없어?"
"웃지 마. 멍청아."
"너 할 말 없으면 멍청이라고 하는구나."
서태웅이 형용할 수 없는 분노에 턱을 악문 사이 돌진해 온다. 주둥이 페이크. 두 번은 안 당해. 뜨끈뜨끈한 윤대협의 거대한 신체가 가까이 밀착한다. 부딪히고 미끄러진다. 아지랑이를 몰고 다니는 윤대협은 그 자체로 태양이다. 데일 것 같아도 서태웅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다시 시작된 대결은 한참을 이어졌다.
"웃지 마."
"응? 뭐라고 했어?"
가끔 잊어버릴 만하면 이런 대화도 아닌 걸 주고받으며.